치아가 부실하거나 치통을 앓아본 사람들은 그 고통을 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즉시 치료를 받거나 시술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고가의 비용문제 때문에 진통제나 소염제로 버틴다. 또 발치 후 임플란트 시술을 받거나 틀니를 해 넣지 못해 식사에 지장을 받고 결국은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저가의 치과병원이 필요하다. 그 일을 천주교 수원교구와 경기도가 한다. 싼 값에 양질의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병원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들어서는 것이다. 지자체 공공의료기관에 치과병원이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경기도와 천주교 수원교구, 경기도의료원, 수원가톨릭대학교(광암학원)는 지난 23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치과병원 건립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 내용은 천주교 수원교구가 20억 원을 투입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내 891㎡ 면적, 3층 규모의 부속병원을 건립하고 도는 운영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집기류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병원의 운영은 천주교 수원교구 광암학원에서 맡게 된다. 다음 달 시공해 내년 3월 개원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크다. 이번 협약소식을 접하니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비교돼 새삼 경기도민으로서의 자부심마저 생긴다.
경남도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보건의료노조의 극렬한 저항, 복지부의 정상화 권고, 여야 합의에 의한 국회 공공의료 특위의 재개원 촉구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는 폐업, 해산을 강행한 데 이어 의료원 법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서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서 경영상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이다. 이용훈 천주교수원교구장도 “서민들에게 보건소나 도립병원 등 공공의료시설의 역할이 매우 크다. 치료가 꼭 필요한 도민들에게 만족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치과병원 건립은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천주교 수원교구가 경기도에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천주교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평등, 그리고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다. 이번 치과병원을 건립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런 평등과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것이리라. 도내 공공의료시설은 의료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등 많은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 많이 부족하다. 이번 치과병원 건립을 시작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안전망이 구축돼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