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파출소 근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반년이 흘렀다. 같은 제복을 입었지만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초임시절의 파출소 근무 때와는 시스템이 많이 새로워지고 발전하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밤샘근무의 큰 적 주취자, 말도 안 되는 사안을 가지고 경찰관을 애먹이는 억지민원인, 어쩔 수 없이 처벌해야 하는 생계형 범죄자들은 대민접점 부서 경찰의 애로사항들이다.
이렇듯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는 가평 읍내파출소의 내 팀원들이다. 주취자를 나의 가족인 양 정성을 다하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안전하게 귀가시키려는 황모 경사,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언변으로 억지민원인으로 왔다 고맙다며 인사하고 돌아가게 하는 능력을 지닌 조모 경위, 신임순경의 열정으로 비번을 반납하고 관내 범죄를 해결하려하는 열혈 한모 순경, 이를 총괄조정하며 지휘하는 팀장님, 소장님, 그리고 나, 비록 작은 조직이며 몇 명 안 되는 인원이지만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몇 시간 전 순찰근무 중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가로등도 없는 관내 전철역 주차장 주변에 외지번호판의 나홀로 오토바이가 있어 혹시 범죄연관성이나 도난차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휴대용 조회기로 차적조회를 하려고 순찰차를 세우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떤 남자가 다가오며 대뜸 시비조로 “왜 그러시냐, 뭔 문제가 있냐”고 한다.
사소한 사례 같지만 이렇게 경찰관을 맥 빠지게 하는 일은 수없이 많다. 경찰관이 일발적으로 선량한 시민에게 말을 걸거나 다가가면 의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경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많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선량한 이웃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격려의 눈빛으로 내 가족이나 친구로 바라봐 주기 바란다. 그래야 근무하는 경찰관도 힘이 나고 더욱더 열심히 근무하지 않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