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금강을 녹색으로 뒤덮었던 ‘녹조라테’가 급기야 남한강까지 올라왔다. 녹색연합은 26일 팔당댐 상류인 여주보의 유해 남조류 수치(634cells/㎖)가 기준(500cells/㎖)을 크게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한강에서는 유해 남조류 발생이 거의 없었던 터라 충격이 크다. 녹조는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강조해온 정부의 주장이 근본적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수도권 상수원까지 위협하는 수준이라니 불길하다. 일기예보대로 늦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식수원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전국의 하천 대부분이 심상치 않은 녹색으로 변하고 악취를 뿜어내고 있으니 심란하기만 하다.
이젠 더 이상 4대강사업과 녹조 발생의 상관성을 환경단체의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에는 유해 남조류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던 이포보 상류에서도 지난 21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주보 상류에서는 이보다 보름이나 앞선 7일부터 유해 남조류가 검출됐다. 이 정도면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강천보 상류 한 곳만은 올해도 불검출이지만 정부 주장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오히려 4대강 사업과 녹조 발생의 인과성을 전제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장단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환경부 등 정부 부처는 뾰족한 녹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녹조를 제거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물을 끓여 마시면 안전하다는 말이나 되풀이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무더위가 가시고 큰 비가 내려 녹조가 쓸려 내려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모습도 딱하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해녹조류가 물속에서 사멸할 경우 지금보다 100~1천배 높은 독성을 뿜어낼 수도 있다고 한다. 긴박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상수원 수질 관리를 지금보다 10배는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상 스포츠와 낚시, 수영 등 모든 수변활동을 금지시켜야 한다.
그나마 지난달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수원시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녹조방제기술 개발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향후 3년간 KIST가 90억원을 들여 국내외 유수의 대학 연구진들의 협력 하에 녹조 정복에 나서는 프로젝트다. 수원시는 서호하수처리장, 서호천, 서호저수지 등을 연구 중인 기술의 테스트 장소로 제공하기로 했다. 한시라도 빨리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이를 기다리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