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기어이 큰일을 냈다. 대한민국 종북의 총본산으로 의심받아온 통진당이 결국은 내란음모를 꾸미고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현장답사까지 했다고 한다. 작년 총선비례대표선거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예비선거 부정과 종북행위로 국회윤리위원회에서는 이석기, 김재연의 의원자격을 심사하기로 여야가 결정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공안당국과 사회 일각에서만 통진당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우리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몸속의 암덩어리를 제대로 진단조차 하지 않았고 방치했던 것이다.
종북세력이 제도권까지 진출해서 오늘날 노골적으로 북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정부를 ‘남쪽 정부’로 격하하고 북을 조국으로 떠받들게 된 것은 민주화에 따른 대북경각심의 약화와 관련이 있다. 누가 이들 종북세력의 간덩이를 키웠는가?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우리는 민주화를 지켜내고 공고화하기 위해서라도 민주화에 휩쓸려 들어오거나 민주화를 틈타 잠입한 종북세력을 찾아내 분리, 고립시켜야 했으나 정치권은 한편으로는 미적대며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들을 감싸고 합법적 공간에 둥지를 틀 에너지와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다. 제도권 내 종북세력이 합법적으로 취득한 국가기밀을 북으로 전달하고 북과 합작하여 대한민국을 타도할 음모를 꾸밀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은 메카시스트로 몰아붙여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종북세력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은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입각한 사회주의 실험은 동구공산주의와 소련의 붕괴로 실패로 끝난 지 2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북한체제는 동구공산주의나 소련과는 달리 공산당의 지배도 아니며 노동계급의 지배도 아닌 기형적이고 독재적인 전체주의 사회이다. 북한이 우리가 모델로 삼아서는 안 되는 체제라는 점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입증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가 군부권위주의 통치하에 있었고 북한에 대한 정보 자체가 통제되어 있었으며 일면 왜곡된 북한정보가 전달되는 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군사정권에 대한 반발로 맹목적으로 북을 동경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지만 지금에 와서까지 이미 실패한 체제를 붙들고 연대를 모색하며 그들의 수하가 되겠다고 자청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 내지는 시대착오적 편집증이다.
둘째, 종북세력들은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면서 절세의 애국자로 묘사하는 김일성과 그 자손, 그리고 주변인물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일성이 일제하 독립운동을 한 것은 맞지만 해방 후 소련에 의해 간택된 그의 집권과정, 전쟁도발, 독재, 3대 세습, 북한주민에 대한 억압은 그의 독립운동 점수의 수십 배를 까먹고도 남는다. 결국 김일성 통치는 자신에 대한 우상화와 김씨왕조 구축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미국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놓고 의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주민을 억압하고 탄압하며 굶주리게 하는 북한 권력집단이야말로 전체 한국민족의 이익과 정면 배치되는 김씨 종교광신자들이다.
시대착오적 종북세력이 생명을 연장하고 제도권정치까지 진입하고 급기야 내란을 획책하기에 이른 작금의 현실에 대해 우리 여야 가릴 것 없이 반성문을 써야 한다. 물론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종북세력을 키워주고 옹호해온 현 야권 내 이전 집권세력의 책임이 더 크다. 한국정치가 종북으로 오염되게 만든 일차적 책임은 1990년대 이래 정치권의 공동책임이다. 이제 정치권은 종북세력 제거라는 암수술을 준비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이석기체포동의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지난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의 과오를 물타기 하거나 국정원 개혁이 뒤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이번 내란음모사건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별개로 다루어져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해 국정원의 각종 기관의 동향에 대한 파악은 불가피하나 오해를 받는 공작을 해서는 안 되며 차제에 지난 대선 개입을 모의, 실행한 상층부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국정원이 그 본래의 소임을 다하고 음지에서 일하는 대다수 직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