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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역사가 치러야 할 책임감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과 역사적 만행에 대해 ‘반성과 사과’ 대신 ‘역사왜곡과 도발적 망언’을 일삼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은 물론 주변국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문제는 물론, 자위대 무장과 집단적 자위권 주장, 나치식 개헌 음모, 독도 영유권 주장, 신사참배에 대한 황당한 주장을 펼치며 동북아 불안의 진앙지를 자처하고 있다.

“아시아 제국의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긴 데 깊은 반성과 더불어 희생당한 분들께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1993년부터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이후 일본의 역대 총리들이 8·15종전기념식에서 이러한 사과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아베는 정부 주최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반성과 사과’의 표현을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써 과거 일본의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반성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또한 일본의 모든 총리들이 기념사를 통해 밝혀 온 ‘부전의 맹세’도 해당 원고에서 누락시켰다. 이런 아베의 모습은 과거 폴란드의 국립묘지를 찾아 비가 내리는데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헌화하던 독일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총리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일본 내각은 지나간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의 역사에 대해 “침략의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 “신사참배는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다”라며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사의 오류와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도 지난 8월 2일 일본의 외교정책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아베 정권의 외교목표를 “대아시아 영향력 확대와 군사력 강화”라고 규정하고, 일본의 행보가 한중(韓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부 관료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위안부’라는 말이 틀렸다며 ‘성노예’로 교정할 것을 지시해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외신들의 우려도 거세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 슈피겔(Tages Spielgel)>은 “일본, 역사에 사로잡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이 여전히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시종일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 내 언론인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도 일제히 ‘반성과 애도’가 사라진 일본 현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충격이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책임감이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끝까지 맡아서 잘 수행하는 태도이다. 일본은 역사에 대한, 주변국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책임감을 잊어선 안 된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서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일본 정부가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책임감 있게 반성하고 사과할 것인지, 냉철하게 파악하고 수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성공과 안정에도 좋은 성품이 필요하듯 한 국가의 번영과 행복에도 좋은 성품이 필요한 법이다.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회피하고 지도층이 역사 속에 치러야 할 책임감을 망각한다면, 그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몫이 되어 건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역사가 치러야 할 책임감은 모든 국가에 숙명적인 요소다. 아베 정권이 과거 일본의 만행으로 가슴 아파하는 주변국들에 대해 역사가 치러야 할 책임감을 다하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은 일본의 위상을 세우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도, 결국 그것은 허망한 신기루에 불과하고 훗날 역사 속에 치러야 할 엄청난 책임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좋은 성품이 필요하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좋은 지도자가 되어 많은 사람을 옳은 길로 이끌 듯, 국가도 좋은 성품으로 책임감 있는 국가의 모습을 갖출 때 국제사회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강력하고 건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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