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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공짜의 유혹

 

공짜, 참으로 기분 좋게 하는 말이다. 공짜가 생기면 왠지 남다른 혜택을 받은 것 같아서일까. 며칠 전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바꿔주는 행사를 한다며 딸아이가 아직 쓸 만한 전화를 새것으로 바꾸고 즐거워한다. 요모조모 따져보니 그리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선 공짜로 준다는 말에 현혹된 것이다.

이런 아이를 타박하면서 나 또한 공짜에 자유롭지 못함을 느낀다. 대형마트에서 하나 더하기 하나 행사를 하는 상품이 있으면 대부분 손길이 간다. 특히 공산품의 경우에는 아직 충분히 사용할 양이 남아 있어도 몇 개씩 사다 쌓는다.

아무래도 행사상품은 저렴한 데 반해 필요해서 제값을 다 주고 사면 바가지를 쓴 듯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식품코너에서 시식을 권하면 못 이기는 척 먹어보고 그냥 돌아서기가 멋쩍어 사게 되고, 특히 반짝 세일하는 코너는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쇼핑 목록에 들어있지 않아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어도 욕심을 낸다.

이러다보니 재래시장에서는 몇 만원어치만 사도 일주일 부식이 충분한데 대형마트는 십만원을 훌쩍 넘기고도 다음날 아침상에 올릴 것이 마땅찮다. 풍요속의 빈곤이랄까.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재래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찾는 것은 가끔씩 만나게 되는 공짜 같은 공짜, 즉 원 플러스 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다.

어떤 백화점은 당일 얼마 이상 사면 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그 사용액수를 맞추기 위해 무얼 더 살까 궁리하게 되고 결국엔 과소비로 연결된다. 그렇게 구입한 제품은 꼭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가계부를 보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매장에 가면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TV홈쇼핑을 보면 수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상품과 진행자의 맛깔 나는 입담 그리고 늘씬하고 예쁜 모델을 보면서 마치 그 상품을 사용하면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착각에 구매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하나의 상품에 몇 개씩 딸려오는 사은품은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느냐만 늘 공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 사은품이 욕심나서 구매하고 상품권을 미끼로 한 상술에 걸려든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나 같은 소비자를 향한 마케팅에 성공한 셈이다.

공짜 혹은 덤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결국엔 제값을 다 치르고 사는 상품일지라도 흥정과 실랑이를 하고 작은 것이라도 덤으로 받으면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대형마트나 정찰제 상품을 파는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지만 재래시장에 가면 에누리와 덕담이 있고 삶의 생기가 넘쳐나서 좋다.

물건에서 얻는 공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배려가 공짜의 행복이다. 덕담을 덤으로 얹어 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언어의 과소비는 얼마든지 좋다. 공짜의 웃음과 공짜의 행복을 오늘의 사은품으로 당신께 보낸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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