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어머니께서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으신 후 줄곧 어머니의 병수발을 도맡아 하신다. 원래 지병이 있는 터라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기도 하고, 집에 환자가 있으니 집안 분위기도 우울하고 온 식구가 크게 웃지도 않고 조심조심 지내던 중에 내심 아버지 건강도 걱정이 되었다.

보건소에서 폐렴접종을 한다는 정보를 듣고 아버지를 모시고 보건소를 찾았다. 치매 조기검진을 한다기에 우연히 치매검사를 받은 게 재검 받으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검을 받기 위해서는 미리 지정병원에 예약해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좀 더 상세하게 면담을 해서 상태를 파악하고 CT 촬영을 해서 뇌 상태를 보고 처방을 내리는 과정이다. 치매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매일 아침 치매 약을 드시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경기도광역치매센터가 올해 안에 설립될 예정이다. 치매관리법 시행(2012.2.5) 및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에 따라 국가치매 관리정책을 지역실정에 맞게 확대 보급할 필요가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치매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치매관련 자원조사와 연계 및 기술지원,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등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한 기반 확보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치매 관련 지원 사업은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검진과 치료비 지원, 노인우울증 치료비 지원 등을 해 왔다. 앞으로는 경기도노인전문용인병원에서 수탁 받은 광역치매센터를 중심으로 6개 권역별(용인, 여주, 평택, 시흥, 동두천, 남양주) 보건소 치매사업을 지원하고, 전문 인력을 교육 훈련하고, 치매예방과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게 된다.

향후계획으로 첫째, 치매정보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 그 내용은 치매가족 및 환자, 일반주민에게 치매전문가 대상의 치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보건소 치매담당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 셋째, 경기도 6개 노인전문병원과 경기권역 특성화 전략 및 광역센터와의 사업연계와 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치매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치매환자 가족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신체적,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크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치매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수는 대략 57만명인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30년에는 12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25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100세 시대와 함께 찾아온 우울한 그늘이다.

치매 약을 드신 후로 아버지는 잠을 많이 주무신다. 치매 확정 판단 후 치매 약 처방을 받으실 때 아버지의 절망적인 표정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체념. 남들이 알면 뭐라 생각할까. 치매가 더 진행되어 스스로를 인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어쩌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중첩되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시는 모습이었다.

치매 판정을 받은 후 아버지의 생활은 많이 무기력해지셨다. 외출도 꺼리시고 식사량도 많이 줄었다. 열심히 다니시던 교회도 다음 주에 가시겠다며 안 가신다. 다른 자식들은 뭐하냐며 투정도 부려 보았지만 결국 한 집에 사는 가족들 몫이 되고 말았다. 꽃 화분도 갖다 놓고 밑반찬도 만들어 놓고 아들더러 시간이 날 때마다 할아버지 모시고 목욕탕도 자주 가라고 일러두었다.

광역치매센터가 생기면 제일 먼저 아버지를 모시고 방문할 생각이다. 관역치매센터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아버지, 치매 약 드시는 거 너무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한 100세를 맞이하실 거예요. 아버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