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 11.22∼12.1
안산문화재단이 지난 2011년 자체 제작한 음악극 ‘에릭 사티’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에릭 사티’는 19세기의 프랑스 작곡가인 에릭 사티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음악극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사티는 당대에는 괴짜로 불리며 인정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음악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나갔던 인물이다.
그의 음악은 이후 20세기를 거치면서 전위음악 등 현대음악의 다양한 실험 속에서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재조명 받게 된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의 시도와 함께 에릭 사티의 재조명 과정을 극의 형식으로 풀어냄으로써 그를 현재에 되살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19세기 작곡가 ‘에릭사티’의 인생 이야기
타임슬립 소재 활용…음악극으로 재창조
사티의 음악 곳곳 배치 라이브 감상 가능
안산문화재단 자체제작…‘창작’ 토대 마련
2013 문예회관 레퍼토리 개발지원작 선정
영화감독 지망생인 태한은 대중 영화보다는 자신의 세계관이 뚜렷한 작품을 쓰고 싶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는 제작자의 압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는 작품을 창작하는 많은 예술가들의 보편적인 고뇌이기도 하다.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려는 시도는 상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런 그가 글을 쓸 때마다 습관처럼 틀어놓는 음악이 바로 사티의 곡이다. 사티는 시대를 앞서 간 음악가로 평가 받는다. 사티 역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치고자 했지만, 대중과 평단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사티의 고뇌를 공유하던 태한은 어느날, 19세기의 프랑스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1917년 프랑스 파리, 에릭 사티는 러시아 발레 뤼스의 단장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에게 발레 대본에 입힐 곡을 의뢰 받는다. 에릭 사티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펼쳐 발레극 ‘파라드’를 작곡하지만, 최종 리허설에서 그의 예술관 때문에 연출진과 갈등을 빚는다.
결국 공연은 사티의 뜻대로 올려지지만, 파격적인 공연은 이내 평단의 비난을 받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이해 못하고 혹평을 한 평론가와 몸싸움을 하고 결국 에릭 사티는 구류형에 처해진다.
이어 태한은 당대 예술가들의 뮤즈이자 사티의 연인이던 수잔 발라동을 만나 사티의 짧고도 강렬했던 사랑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음악극인 만큼, ‘짐노페리’, ‘그노시엔’, ‘쥬뜨부’, ‘벡사시옹’ 등 미니멀한 에릭사티의 실내악 원곡 느낌을 최대한 살린 라이브 연주가 곳곳에 배치됐다.
극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몽마르뜨의 카바레 ‘검은 고양이’는 실제 당대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소였다. 극에 등장하는 피카소, 장 꼭도, 디아길레프 등과 극 중에 등장하지 않지만 대사를 통해 들려지는 바그너 등은 이름만으로도 귀를 솔깃하게 한다.
에릭 사티가 그들과 함께 올렸던 진보적 발레극 ‘파라드’의 오마주와 함께 사티가 이들과 교류하는 장면은 공연 속에 또 다른 공연을 보는 듯한 재미를 전한다.
지난 2011년 공연에서 사티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아든 박호산이 다시 사티로 분해 캐릭터의 내밀함이 한 층 깊어졌으며,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자주 만나고 있는 배우 한성식이 피카소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는 ‘멀티맨’으로 활약한다.
음악극 ‘에릭 사티’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연이 지역 문화재단인 안산문화재단의 자체 제작한 공연이라는 점이다.
2011년 안산문화재단을 통해 창작된 ‘에릭 사티’는 그해 8월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초연한 이후, 지역 공연장의 자체 제작 공연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재단은 비영리 공공재단에 속한 공연장으로서의 제작과 시스템에 대한 고찰의 결과물 중 하나로 창작콘텐츠 개발이라는 방향성을 지향하게 됐다. 특히, 극과 음악, 무용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고 대중적 접근이 쉬운 ‘음악극’이란 장르를 창작콘텐츠 개발의 대상으로 삼았다.
음악극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공동의 정교한 협업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작업으로 축적된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들을 발현해 다양한 창작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로 활용한 예정이다.
음악극 ‘에릭사티’는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 오후 4시 공연된다.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문의: 031-481-4022)
/김장선·박국원기자 pkw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