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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필리핀 근해 日 군사력 과시, 경시 말아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최대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도시는 주택과 도로가 파괴되고 통신이 두절되는 등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폐허가 돼버렸다. 초강력 태풍으로 인해 1만2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태풍이 안겨준 경제적 피해는 최대 140억 달러(약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필리핀 국민총생산(GDP)의 5%가 날아갔다. 이재민만도 전체인구의 10%에 달하는 970만명에 이른다.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거쳐 1942년부터 3년간 일본의 무력침략에 고통을 받았던 나라다. 동병상련(同病相憐) 탓인지 필리핀은 6·25전쟁 때 7천420명의 병력을 보내 참전한 이후에도 세계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오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한국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은 1만5천여명에 이른다. 한국과 필리핀은 안보적 혈맹관계를 초월하여 서로의 DNA가 혼합돼가는 친숙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렇기에 필리핀의 참담한 태풍피해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참담한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 수송이 중요하다. 미국은 항모 조지워싱턴호(號)를 급파하는 한편 항모전단 소속의 유도 미사일 순양함인 앤티텀함과 카우펜스함,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머스틴함 등 3척의 함정도 구호활동에 투입했다. 또한 훈련 중이던 군함 수척도 합류했다. 이에 질세라 일본도 최신형 헬기탑재 경항공모함 이세함(艦)과 수송함정 오스미, 보급함정 토와다 등 막강한 해상군사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병력도 사상 최대로 1천여명을 초과했다. 물론 영국도 헬기탑재 항모 HMS일러스트리어스함(艦)을 보냈지만, 필리핀 구호현장은 마치 미국과 일본의 해상 군사력 과시의 장이 된 듯하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치중인 일본, 일본의 특정 섬의 탈환훈련에 참가했던 미국이 중국 견제효과를 노리고 대형 군함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과 필리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현재의 상황은 명백히 적과의 동침이다. 하지만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 앞에 미·일 군사력 과시는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필리핀은 중국과 스프래틀리 군도의 부속도서인 스카버러 섬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이 함정을 파견하여 구호활동을 벌이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과 일본 함정들이 판치는 필리핀 근해로 함선을 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친한 인사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일본 외무상은 지난 14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유사시 한반도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도발하면 미군 시설과 함정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군이 개입한다는 얘기다. 국방예산 삭감 등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을 대신하여 일본이 동북아 해상 경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미국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군사각축장화한 필리핀 근해로 군사강국의 함정들이 항진하고 있다. 우리가 필리핀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은 민간 구호활동이다. 그 다음으로는 필리핀 근해로 향하는 일본 군함들을 우리 안보상황에 견줘봐야 한다. 일본의 막강한 해상 군사력이 집단자위권 명목으로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을 상정해 봐야 한다는 말이다. 역사까지 왜곡하며 과거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위험스런 이웃나라 일본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제주도와 울릉도의 해군기지를 조속히 건설하는 것이 좋은 대처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필리핀 구호현장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과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필리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구호활동에 대해 선명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는 있다. 남이 아닌 안보혈맹 필리핀을 돕기 위한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전개해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본의 침략근성을 경험한 바 있는 필리핀 국민들은 군함 등 군사적 수단을 통한 지원보다 민간적 측면의 구호활동을 더 높이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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