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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레닌의 혁명전술과 사제

 

러·일 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1월22일 일요일, 가퐁 신부는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내는 편지를 휴대하고 15만명의 시위대 선두에 서서 행진하고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즉각적인 전쟁 중지, 정치범 사면,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가퐁 신부를 선두로 한 시위대가 황제의 겨울궁전 광장에 다다르자 궁전 수비대의 해산요구가 뒤따랐다. 하지만 수만명의 시위대가 일사불란하게 해산할리 없었다. 그때 궁전수비대의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이날을 ‘피의 일요일’이라 부른다.

이를 계기로 전국 도처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그들의 폭동은 비조직적이었으며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다. 그때 전국적인 농민조직이 등장하여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때 소비에트(Soviet)라는 어휘가 처음 사용된다. 당시 소비에트라는 단어는 ‘협의회’ 또는 ‘평의회’ 정도의 의미만 가졌을 뿐 정치적 의도가 없는 용어였다.

천재적 혁명전사 레닌(Lenin, 1870~1924)에게 피의 일요일 사태와 연이어 발생한 폭동은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한 사제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황제의 겨울궁전으로 행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를 매료시켰다. 이로 인해 레닌은 1905∼1906년 중 가퐁 신부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닌은 피의 일요일 사태 이후 등장한 소비에트라는 용어를 공산혁명 전략에 반영시켜,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탄생한 나라 이름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소련)이라 불렀다.

레닌은 ‘사제 한 명 포섭하는 것이 1개 사단 병력을 증강하는 것보다 낫다’는 혁명전술을 소개했다. 가퐁 신부를 통해 사제의 영향력을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레닌 등 소련의 실세들은 공산조직에 가톨릭의 명령과 복종체계(順命, Obedience)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의 순명은 ‘자기의 자유의사를 끊어 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오직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생활’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교황과 주교의 권한은 신성하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8∼20)

모든 것을 가르치고 지키게 만드는 사도들의 권한은 그들을 대신하는 교황과 주교들에게로 전승되어 왔다. 주님의 말씀이자 명령, 즉 이것이 교도권(敎導權)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교의 교도권은 신성하고 절대적이며 강력하고 권위가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가 지난달 22일 시국미사를 통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이 마치 자신들의 나라인 양 선동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태진화를 위해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이 나섰다. 염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사제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신앙을 근거로 정의구현사제단을 염려하는 마음에서였다.

종교인의 순수성이 담긴 이 말조차도 그들은 거부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대부 격인 함세웅 신부가 “염 대주교가 가톨릭 교리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했다”며 맞받아친 것이다. 하기야 몇 년 전에도 정진석 추기경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태를 보고 “북한은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다”고 말하자 “정 추기경은 골수 반공주의자 면모를 보여줬다”며 신랄하게 공격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절대 순명해야 될 사제인 그들이 주교의 교도권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레닌의 말을 적용해 보면, 북한은 이미 남한 내에 수백 개 사단병력을 투입시켜 놓은 것과 진배없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있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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