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인천에서 목판화작업을 고집하고 있는 남송(南松) 김경배 작가.
김 작가의 판화는 ‘야생화’, ‘연꽃’, ‘소나무’라는 3가지 주제를 20여년간 고집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소나무를 주제로 ‘제9회 김경배 목판화전’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었다.
이번에 보여준 ‘솔의 바람’에서 “깊고 변함없는 소나무의 ‘굳셈’을 힘들고 지친 나 자신에게,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번 판화전은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판화의 원판도 함께 전시됐다.
원판에는 그의 투박하고 거친 ‘칼춤’이 생생하게 나타난다.
그의 칼춤은 소나무를 형상화하기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버려나가는 행위를 아슬하게 보여준다.
원판을 보면 모든 것을 비웠을 때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나는 판화작업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비움’의 철학 뒤에 다시 서양 유채화처럼 한겹, 두겹 색을 입혀가는 ‘채움’을 판화에 형상화시킨 ‘소멸기법’을 시도했다.
판화 소멸기법은 판화에 한 색씩 입힐 때마다 동일한 작품종이에 찍어나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소멸기법에 의한 판화작품은 원판과 찍은 작품이 단 하나씩 유일하다.
김 작가의 소나무에는 하나의 원판위에 색을 입히고 말리고 다시 찍은 수고로움이 전해진다.
화려하진 않지만 늠름함 잃지 않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푸르름이 진가를 알수 있는 소나무! 구불구불 못생김이 오히려 멋스러운 소나무!
김경배 작가는 ‘솔의 바람’에서 추운 겨울 변함없이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 같은 모습의 소나무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