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올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종합건설사는 11곳에 달하며, 모두 시공능력평가 200위권 이내의 중견업체들이다. 최근에는 경북 지역 6위 업체인 홍성건설까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업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총 3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7건) 대비 11.6% 증가했다. 하루 평균 3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흑자를 내고도 도산하는 ‘흑자도산’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공능력평가 197위인 홍성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5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공사 미수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일 이 회사에 대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고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견 건설사들의 존재감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위례신사선, 가덕도 신공항 등 수조 원대의 국책 사업에서 대형사들이 잇따라 손을 떼자, 중견 건설사들이 ‘대체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에서 중견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올해 LH 민참사업 규모는 총 8조 3000억 원(2만 9910가구)으로, 전년보다 1조 6000억 원 이상 늘었다.
금호건설은 의왕·군포·안산지구(7247억 원), 남양주 왕숙지구(5986억 원), 하남 교산지구(2570억 원) 등 주요 사업을 연달아 수주했다. 동부건설은 의왕·군포·안산 S1 블록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DL건설도 광명시흥지구에서 4년 만에 민참사업에 복귀했다.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의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베트남 미안~까오랑 도로 공사(2166억 원)를 수주했고, 한미글로벌은 사우디 메카의 초고층 주거단지 개발 프로젝트 PM용역을 따냈다. 한신공영 역시 우즈베키스탄 제약클러스터 사업(386억 원)에 참여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압구정, 여의도 재건축 등 수익성 높은 민간 정비사업에 대형사들이 집중하면서, 공공 및 해외 시장에서 중견 건설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일시적인 수혜에 그치지 않으려면 금융 조달 능력과 리스크 관리 등 전반적인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