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 집 근처 마트 앞에서 열명 남짓이 버스에 올랐다. 으리으리한 어느 대형 건물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서둘러 내린 후 잰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바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물류센터의 풍경이다.
출근 체크를 하고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를 넣었다. 스마트워치조차 허용되지 않은 그 곳에선 모두가 일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잃는다. 나는 출고 작업 중 하나인 포장 업무에 투입됐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들이 바구니에 담겨 오면 일일이 포장해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보내는 단순 반복작업이었다. 처음엔 재밌었다. 고민도, 갈등도 없는 노동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마엔 땀이 흐르고 갈증은 멈추지 않았다. 얼음물을 계속 마셔도 이상하게 목이 자꾸 말랐다. 에어컨은 없었다. 그 사이 바구니는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며 밀려왔고 컨베이어벨트로 물건을 올리는 손은 점점 바빠졌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실수도 늘었다. 정신없이 박스를 보낸 후 시간을 보면 고작 5분이 지나 있었다. 시간은 더뎠고 다리는 아파왔다.
점심시간이 됐다. 아픈 다리를 끌고 구내 식당으로 향하니 입구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아이스바가 잔뜩 들어있었다.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복지 중 하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직원들이 너도나도 아이스바를 하나씩 입에 문다. 밥보다 시원한 얼음 한 조각이 간절했던 나도 입에 문 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의욕적으로 밥을 먹던 나는 갑자기 음식을 넘기기 힘들어져 절반 이상을 버렸다. 더 먹으면 속이 울렁거릴 것만 같았다. 겨우 속을 달랜 후 오후일을 위해 자리로 돌아갔다.
오후에는 이상하게 땀이 더 많이 흘렀다. 박스 한 개를 포장할 때마다 육즙처럼 흐르는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마도 점점 뜨거워지는 듯했다. 오후 3시쯤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후, 여기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바로 앞에서 누군가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 얼굴도 더 뜨거워졌고, 땀은 멈추지 않았다. 반대로 시간은 거의 멈춘 것 같았다.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겨우 3분, 5분이 흘렀을 뿐이었다. 일당이고 뭐고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추가 수당 프로모션의 달콤한 유혹 때문에 이를 악물었다. 불현듯 ‘물류센터는 현대판 탄광’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에어컨도, 햇빛도 없는 곳에서 오직 조명과 먼지와 선풍기 바람만이 온몸을 끈적하게 휘감고 있었다.
3분씩, 5분씩 보낸 시간은 어느새 퇴근시간 한 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한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으로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
저녁 6시, 드디어 일이 끝났다. 하지만 두통은 더 심해졌고 뜨거워진 얼굴도 식을 줄 몰랐다. 아이스바를 입에 물고 퇴근 셔틀버스에 겨우 몸을 실었다. 집에 오자마자 두통약을 입에 털어넣은 후 씻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고. 밤새 끙끙 앓았고,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피곤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열사병 초기 증상’이 연관검색어로 나왔다. 한여름 폭염 속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마흔 넘은 우리 같은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라….” 현장에서 들은 누군가의 말도 계속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