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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과 유리로 만든 작품들… ‘차가움과 따듯함의 조화’

맥아트 미술관 2층서
모준석 작가 ‘빛에 스며들다’展
동·파이프 이용 건축물 뼈대 제작
색유리·굴곡 담긴 동 선…질감 더해
굴곡진 우리 삶 작품속에 녹아들어

 

전시공간 ‘유리섬’, 모준석·김현정 작가 개인전



갑작스레 내린 눈에 몸이 움찔했다. 추워지는 날씨로 한껏 움추러들었던 몸이 경직의 정점을 찍은 날이었다. 그 반동이었을까. 눈발이 주춤해 지자 어디로든 시원하게 내달리고 싶었다. 나갈 생각을 하니 탁 트인 겨울바다가 생각났다.불어오는 바람에서 숨은 바다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조그만 건물 몇 채가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지나고서 잠시간 풍경이 한산해 졌을때 비로소 말쑥한 건물이 모인 전시공간 ‘유리섬’ (안산시 대부도 소재) 미술관에 다다랗다.공원 앞으로 펼쳐진 겨울바다가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옷깃을 여미고 난간에 기대어 잠시간 겨울 바다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했다. 구석구석에 온기로 둔갑해 자리잡은 나태함이 쓸려내려가는 느낌에 몸이 한 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유리 박물관 ,유리로 만든 작품 전시

김현정 작가 ‘TEUM 그리고…’展

스테인드글라스 형식 작품들로 구성

즐겁게 춤추는 아이의 형상 부터

종비배·집 등 일상적인 대상 눈에 띄어

바닥 타일 형태의 작품들도 마련


 


▲ 맥아트 미술관

맥아트 미술관의 1층 아트숍은 그 자체로 작은 갤러리의 느낌이다. 특히 창가에서 빛을 흡수하고 있는 작품들은 차가움과 온기를 동시에 품고 있는 듯 신비롭다. 이 것이 유리라는 물질의 특성이리라. 한차례 눈을 풀고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2층으로 발을 옮겼다.

2층에는 모준석 작가의 개인전 ‘빛에 스며들다’展이 진행중이다. 제목만으로는 색색의 스테인드 글래스가 떠오르지만 그의 작품들은 동으로된 선이나 파이프를 이용해 만들어진 건축물 뼈대 형태를 띄고 있다.

단지 동 선과 파이프를 구부려 만든 것은 아니다. 만들고 싶은 형상을 흙으로 빚어 만들고 이를 석고로 떠낸 다음 이 모형을 실측 그대로 조각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작품들은 거대한 교회당, 언덕을 오르는 계단, 창문이 나 있는 자잘한 집들이 빽빽히 어우러진 동네, 그리고 마을을 형상화하고 있다. 집과 집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그 형상은 하나의 풍경으로 그려진다. 평면에 세워진 몇몇 작품들에는 밑그림과 같은 회화가 곁들여져 있어 입체감을 더하기도 한다.

금속을 주요 재료로 하고 있어 계절감과 엮이면서 시각적으로는 차가운 감각이 우선적으로 전해지지만, 집집에 나 있는 창문들에 마치 스테인드글라스 처럼 끼워진 색유리, 그리고 굴곡이 담긴 동 선들이 질감을 더하고 있어 시선에 조금만 온기를 더하면 건물이라는 대상 안에 존재하게 되는 삶의 따스함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흔히 ‘굴곡지다’고 표현하는 삶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듯도 해 다양한 감상을 끌어냈다.

탁트인 전시실은 크지 않아서 한쪽 벽면에 기대면 각 작품이 하나의 시선에 담기며 또 하나의 커다란 풍경을 만들어 낸다.

 



▲ 유리 박물관

‘유리섬’의 주 건물이라 할 수 있는 유리 박물관은 1층에 유리공예품들이 상설로 전시돼 있다. 만화 캐릭터부터 거대한 거미여왕 까지 오로지 유리로 창조된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색이 덧입혀진 각 작품들은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신비로운 빛깔을 드러낸다.

2층에 마련된 또 다른 전시실에는 김현정 작가의 개인전 ‘TEUM(틈), 그리고 그 느낌’展이 진행 중이다. 스테인드글라스 형식의 작품들이 중심이 되는 김현정 작가의 작품들이 주제를 ‘틈’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 정지용의 ‘유리창’이 떠오른다.

“차고 슬픈 것이 어른 거리는” 정지용의 유리창은 산 사람인 화자와 그가 떠나보낸 죽은 자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벽’이자 ‘사이’이면서 화자의 그리움이 머무는 두 세계 사이의 ‘틈’이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 ‘창’으로 등장하는 ‘유리’의 속성이 바로 두 세계의 ‘사이’이자 ‘틈’인 것이다. 일상에서도 창은 내부세계와 외부세계의 경계로써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그 것은 벽과는 달리 ‘단절’의 성격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표면적인 단절 넘어에서 두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매개의 성격이 보다 강하다.

그 매개물에 작가는 어떤 감성을 머물게 했을까. 즐겁게 춤을 추는 아이의 형상 부터 종이배, 집, 교회, 꽃이나 화분, 책장 등 일상적인 대상들이 주로 눈에 띈다.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창으로 이야기 되는 배경 지식이나 선입견, 작가가 유리에 담고 있는 각 대상물들은 그 너머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태도에 작용한다. 그 밖에 바닥 타일 형태의 작품들도 마련됐는데,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비춰질때면 그 색감을 바꿔가며 눈을 신비롭게 물들인다.

한바탕 내린 눈이 최근 골치를 썩힌 미세먼지를 씻어준 탓일까. 원하는 만큼 전시장으로 쏟아져 들오는 빛, 그리고 빛과 어우러진 유리공예품들을 원껏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 영롱한 빛이 가슴을 환하게 물들인다.

추위가 더 느껴진다면 미술관에 마련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차가운 속성의 ‘유리’이지만 그 작업 과정엔 언제나 고온의 불이 따르고 있으니, 온기도 충전할 겸, 방문을 기념할 겸 직접 유리공예품을 만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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