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종계농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가운데 채인석 화성시장이 회장으로 있는 화성시체육회 임원 및 가맹단체 회장, 전무들이 모여 대낮에 술판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AI 확산에 따른 예방조치로 읍·면·동과 각 산하단체에 척사대회 및 각종 행사를 취소하라는 시장의 특별 지시사항이 내려진 가운데 행사를 치러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9일 화성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4시간 동안 향남읍 소재 궁도장에서 화합을 다지는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를 했다.
가맹단체 전무들이 주관한 척사대회에는 시체육회 상임이사를 비롯해 전·현직 국장, 가맹단체 회장, 전무 등 체육회 관계자 20여명과 시청 직원 2명이 식사와 함께 술과 여흥을 즐겼다.
이날은 지난달 21일 서신면 종계농장에 이어 은석동 종계장에서 AI 검사결과 양성 반응을 보인 농가의 닭 2만7천 마리를 비롯해 반경 500m 내 10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된 날로, 현장은 전쟁 아닌 전쟁터였다.
살처분 작업에는 시장을 비롯해 부시장, 국·과장, 직원 등 500여명이 동원됐으며 군인과 주민들도 AI 유입을 막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방역초소를 운영하는 등 AI 방역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특히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도 AI가 추가 발생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날 예정됐던 향남·양감·팔탄 의정보고회를 전면 취소한 뒤 살처분 현장을 둘러보고 신속한 피해보상을 추진을 약속하며 공무원들의 노고를 살폈다.
이런 시기에 시체육회 임직원 및 가맹단체 간부들이 현장방문은 커녕 온석동 AI 발생 마을에서 불과 4~5㎞ 근처인 향남 궁도장에서 술판과 여흥을 즐기는 등 신분을 망각한 행위로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농민은 “농민들이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무슨 생각으로 하지 말라는 척사대회를 마련해 술판과 여흥을 즐겼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이에 대해 시체육회 관계자는 “시체육회 가맹단체 전무들이 매년 주관하는 척사대회로 행사에 초청을 받아 상임이사를 비롯해 직원들이 참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화성시 온석동 남양만 인근 씨닭농장에서 신고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고병원성 ‘H5N8형’ 바이러스로 판정됐다고 8일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7시 현재 도내 AI 추가 의심신고는 없다.
/화성=최순철기자 so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