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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정권 코드에 맞춘 ‘지역경제 활성화’

 

취임 1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역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크게 2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째는 시·군 단위의 지역행복생활권 확충과 시·도별 특화발전프로젝트 추진이고, 둘째는 사업추진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세제 지원 방안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지역개발이 활성화되면 최소 13조9천억원 이상의 투자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이번 대책이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백화점식으로 짜 맞춘 것이어서 알맹이가 없고 부동산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기대된 투자확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후자의 측면이 더 두드러진 게 사실이다. 그것은 정책의 추진방식이, 정부의 설명과 달리 여전히 과거 개발주의시대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행복생활권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 지역정책으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의 지시를 따른 지역발전위원회가 중앙집권적이고 하향적으로 관장하는 틀 내에서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

가령 56개 ‘지역행복생활권’에서 2천146개 과제가 제안됐지만, 이는 지자체가 추진하거나 추진할 시책 중에서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과 범주에 맞춰 뽑아 올린 것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시책도 지역이 지역밀착형 (개발)의제를 제안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선정해 특별법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라 과제를 제출해 선정되면, 그에 따른 예산지원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선정된 의제엔 주민들의 온기 대신 정부의 관료적 입김만 남아 있다.

정권적 차원에서 추진하다 보니 과거정권의 지역정책들이 중단되어 빛을 못보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광역경제권’이 비근한 예다. 광역경제권은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뒤인 2009년에 결정돼 겨우 3년째 시행되다가 새 정부 들어 중단됐다. 유사한 광역경제권사업이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기준에 맞춰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지역특화프로젝트’를 제출하도록 했다. 전철을 따른다면 이 시책 또한 1년의 준비 뒤에 3년 정도 추진되다 다음 정부에서 중단될 것이다. 이렇듯 ‘기존 정책의 중단과 새 정책 끼워 넣기’의 반복으로 새 대책의 도입은 지역 입장에서 보면 혼란만 가중시켜 경제 활성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

대책 후반부의 ‘규제완화 및 지원방안’도 명분과 달리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지역생활행복이나 지역특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지역의 개발민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짜 맞추어져 있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업조닝, 투자선도지구나 최소규제지구 도입 등이 특히 그러하다. 지역행복생활을 최우선으로 할 때 중점시책은 환경, 문화, 복지, 교육, 참여 등이 중심의제가 될 터인데, 그린벨트 규제완화나 최소규제지구 도입은 이와는 거리가 먼 개발, 즉 환경을 파괴하고 문화·복지보다 산업·경제에 우선하는 개발만 부추기게 된다. 특히 투자선도지구에는 건폐율·용적률 완화 등 65개 법률의 인허가가 의제되고, 주택공급 특례 등 73종의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규제완화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자극할지 모르지만 저성장시대 주민 행복을 담보하는 지역발전과는 역행하게 된다.

주민행복이 충만하는 지역발전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생활의제를 발굴하고 추진하도록 하되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정과 제도를 지원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이번 대책은 화려한 정책언술과 방안들로 제시돼 있는 것 같지만, 기실 중앙정부, 특히 정권의 민원을 반영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저성장시대 무리한 규제완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에 깊은 그림자만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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