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과 위양성종양 판정을 받은 후 2번의 수술과 8회에 걸친 항암치료 과정은 절망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오히려 지난 공직생활을 성찰하고 가족과 직장동료들의 사랑을 느끼며, 남은 생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게 했습니다.”
암 투병 중에도 36년간의 공직생활 지켜낸 박영기(사진) 인천시 남구 환경보전과장은 1982년 구로 전입한 이후 현재까지 30여년간 남구에서만 근무한 ‘남구맨’이다.
박 과장은 1977년 인천시 중구 신흥1동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시 보건사회국 사회과를 거친 뒤 쭉 남구에서 일해왔다.
암과의 투병생활에서 업무에 복귀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부인 심상란(55) 여사를 비롯한 가족의 내조로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
박 과장은 “새로운 삶을 얻은 만큼 남은 공직생활 동안 관행과 전래답습이 아닌 주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찾아 혼신을 다하는 것이 주어진 소명으로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 과장은 “안전관리과장으로 재직 시 재난대비를 위해 민간시설에도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례개정이 새삼스럽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수년간 민간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난위험 시설물임에도 어쩔 수 없던 ‘피사의 사탑’ 숭의동 우진아파트는 박 과장의 조례개정으로 복구기초를 마련하고 보수·보강을 마무리 했다.
조례개정 때문에 인천시 감사에 지적됐지만 조례개정 경위와 법적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해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는다’는 주장 또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몸소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박 과장은 사회과 계장으로 재직할 당시 보증인이 없어 영세민생활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는 영세민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보증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민주공무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 주안3동장으로 재직 시 지역축제인 ‘사미골축제’를 정례화 하고 10년 이상 미구성 됐던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지도자협의회를 새로 구성해 조직의 활성화는 물론 지역사회의 화합과 단합을 도모했다.
지난해 경제지원과장으로 일할 때는 주안공단을 산업단지구조고도화사업에 선정되도록 노력해 99만1천여㎡(30만평)에 이르는 주안공단 일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또 신기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도록 해 15억원의 국비지원과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풍채 좋고 사람 좋은 군자형’,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행정가’, ‘어느 보직에도 무난한 관리자’라는 주변의 평가에 박 과장은 “그저 매 순간 최선을 했을 뿐 과분한 평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독단이 아닌 합리적 강단이 있는 공무원이기를 원하며 건강도 회복된 만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남은 삶을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윤용해기자 y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