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를 꿈꾸는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
장진 감독 데뷔 20년 만에
감성 누아르 장르 ‘도전’
강력계 형사 지욱은 범인을 단숨에 제압하는 타고난 능력을 발휘해 경찰은 물론 거대 범죄 조직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존재로 불린다.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빚었지만 반장과 주임 검사는 그를 두둔하는 데 바쁘고 후배 진우도 친형처럼 따른다.
지욱은 이처럼 거친 남자의 모습으로 살아왔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는 화장을 하고 거들을 입어야 하는 여자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늘 다른 성(性)을 꿈꾸며 자신과 남들을 속인 채 살아왔던 그는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 허 회장(송영창)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독사 같은 동생 허곤에게 ‘진짜’ 정체를 들키고 만다.
4일 개봉하는 ‘하이힐’은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갖춘 형사가 실은 트랜스젠더를 꿈꾸는 ‘여성적’ 남자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감성 누아르 장르의 영화다.
‘달콤한 인생’(2005), ‘비열한 거리’(2006), ‘범죄와의 전쟁’(2011), ‘신세계’(2012) 등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조직 세계에서의 갈등과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그린 기존의 한국형 누아르 작품과는 달리 ‘하이힐’은 평생 자기 안에 숨겨 놓은 ‘여자가 되고 싶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통해 아픔과 슬픔, 분노까지 담아낸 짙은 페이소스(비애감)를 선사한다.
데뷔 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성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장진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 사회가 말하는 보편적 기준이란 무엇인가 의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코미디부터 액션, 스릴러, 사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차승원이 겉으로는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내면에는 남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자신의 다른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는 강력계 형사 지욱으로 변신한다.
“지욱이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내면의 아픔과 인간적인 모습들을 밖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안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는 차승원은 한층 깊어진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대사나 상황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욱의 내면을 오직 그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이와함께 충무로 대표 개성파 배우 오정세는 조직의 2인자인 ‘허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명품 배우 박성웅은 지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홍 검사’, 스크린 기대주 이솜은 지욱이 유일하게 지키고 싶어하는 ‘장미’, 떠오르는 충무로 블루칩 고경표는 지욱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김진우’로 각각 분해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