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을 넘어가는 작가들의 기획조각전 ‘김남용 이길래 2인전’이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복합문화공간 NEMO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지천명’을 주제로, 문화와 정치적 나이로 따지면 베이비 붐 세대(1955~1963)의 끝이며 386세대의 앞쪽 세대인 김남용(1960~)과 이길래(1960~) 작가의 부조 및 야외 설치, 드로잉 등 약 5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은 73세까지 산 공자가 만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니 오십에 ‘하늘을 뜻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인 요즘, 지천명은 몇 가지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공자 시대의 평균 수명은 28세였다. 평균 수명 78세인 오늘날로 치자면 공자의 나이학은 100세나 그 너머의 나이에 대한 처세론 정도가 된다.
21세기, 생존 경쟁이 가장 치열한 한국에서 50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자식뻘 되는 젊은 세대와 경쟁해야 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꼴통이 되기 쉬운 나이다.
미소와 웃음보다 화와 분노가 많지만 마음 한 컨에는 여전히 비아그라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이다. 정치적으로 보수를 지향하지만 문화적으로 자유와 탈속의 욕망을 경주하는 나이다.
즉, 오늘날 지천명은 흔들리고 흔들리며, 다시 흔들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뿌리가 있다. 뽑히거나 꺾이지 않는다. 지천명은 그 흔들림을 수긍하면서(지천명) 그 이상을 상상할 줄 아는(부지천명)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술작품을 한 작가의 삶, 혹은 세계관의 투영이라고 간추린다면 작품의 삶 역시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김남용의 초기 추상풍경 부조 작품들을 억제되거나 은폐된 욕망으로 해석한다면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오히려 청년 정신처럼 자유롭다. 이길래의 소나무도 고전적인 상징성에서 탈피해 소담스럽고 유머러스 하다.
정형탁 기획자는 “지천명을 넘어가면 예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석되며 죽어가는 지 안다. 삶의 이치도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세속의 이치를 다 아는 작가들은 작품을 어떻게 풀어갈까. 세속에 푹 파묻혀 더 자유로워지기도 하고 탈속을 갈망하여 순수를 찾기도 한다. 그 어떤 것도 지천명의 욕망”이라고 말했다. 무료.(문의: 02-6399-7459)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