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선 냉정하지만 자신의 식구들은 의리와 신뢰로 이끄는 상하는 이환의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알아 보고, 다른 조직원들의 반대에도 그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긴 놈만 살아남는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상하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 이환은 타고난 승부근성과 거침없는 행보로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감춰뒀던 야망을 키워나간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의 불법 도박판과 사채업계를 배경으로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냉혹한 세계에서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 배신과 욕망이 꿈틀대는 남자들의 생생한 세계를 날 것 그대로 포착한 이 영화는 이긴 놈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법칙 속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의 강렬한 욕망을 리얼한 액션,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속에 담아낸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조직에 몸 담게 된 후 오로지 앞만 보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이환, 그리고 냉혹한 지하 세계에서 살아남아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더 높은 곳을 위해 배팅하는 보스 상하, 두 인물의 상반된 매력과 충돌하는 에너지는 극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끈다.
1천만 관객을 달성한 ‘해운대’(2009)를 비롯해 ‘퀵’(2011), ‘오싹한 연애’(2011), ‘연애의 온도’(2012), ‘몬스터’(2014)에 이르기까지 코믹한 모습부터 소심하고 귀여운 남자, 살인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 변신을 꾀해온 이민기가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강하고 거친 남자 ‘이환’을 맡는다.
지난해 4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느와르 영화 ‘신세계’에서 ‘이중구’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3), ‘역린’(2014) 등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성웅은 부산 최대 사채 조직의 대표 ‘정상하’로 분해 선 굵은 카리스마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2007)을 연출한 박상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