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우리가 새 삶을 찾아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 온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수차례 변경되었다.
왜일까? 이는 명칭에서부터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적응 하는 과정에서 많은 편견에 부딪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탈북민들은 말한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우리 사회에 정착하며 가장 힘든 것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일부 남한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라고.
그동안 세금 한푼 낸 적 없으면서 주택 및 각종 지원을 수혜 받는, 그리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남한 사회의 무임승차자로 여기는 시선이라고 말이다.
이는 비단 어른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최근 탈북 청소년 대상 설문 조사 결과 37%가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답변했으며 그 이유는 ‘탈북자를 복지의 일방적 수혜자 정도로 여겨 사회적 낙인을 찍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탈북민이 이러한 편견을 이기지 못하고 제3국으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들은 남한 사회의 무임승차자일 뿐일까?
우리 정부가 탈북민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은 비단 ‘동족 보호’라는 인도적 차원의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남한에서 거주하는 탈북민 상당수는 비공식적 경로를 통하여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송금하며 자신들의 안부를 전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의 주민들은 남북한의 객관적 실상과 국제 정세에 대한 실체를 접하게 된다. 탈북민은 극도로 폐쇄되어 있는 북한 사회에 진실을 알리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향후 통일이 되었을 때, 이들에게 기대 되는 역할은 상당하다. 대한민국에 온전히 적응한 탈북민들은 통일 초기 남북간 이질적인 문화와 가치관으로 인한 혼란을 완화시켜줄 중간자의 역할을 십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탈북민에 대한 시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탈북민들의 역할은 동정이나 무시가 아닌, 그들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에서야 비로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