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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 본 무예]무예 속에 담긴 인문학

 

무예는 문화의 산물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습은 점차 변형되면서 당대 ‘신체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한 스승이나 단일한 조직에서 무예를 전수받는다 하더라도 제자에 따라 그 모양새나 기술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스승을 뛰어 넘는 청출어람형의 제자가 있다면 그 무예는 깊이를 더하며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무예에서 그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몸짓의 전환이며 몸 문화 발달의 초석이 된다.

무예 안에도 인문학이 담겨 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人)과 그 사람들이 만든 문화(文)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것 안에는 반드시 바탕이 되는 것이 ‘인간’ 그 자체다. 그 중 무예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어쩌면 인문학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보통 ‘무(武)’라는 한문 글자를 파자해서 ‘창(戈)을 그치게(止) 하는 것’이 무예의 본질이라고 설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정치적인 계산을 깔고 풀어낸 이야기다.

‘지과위무(止戈爲武)’라는 말을 언급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면모를 보면 대부분 강력한 군사력을 추구했던 국왕들이 대부분이다. ‘무(武)’라는 글자를 상형문자에서 살펴보면, 지금은 그칠 ‘지(止)’로 표현되는 것이 발바닥(?)의 형태에서 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발을 나타내는 족(足)이라는 글자는 사람의 입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다. 달리다라는 뜻의 주(走)나 걸음을 뜻하는 보(步)라는 글자 역시 위 아래에 이런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문자다.

이러한 이유로 그칠 지(止)에는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라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종합해보면, 인간이 자신의 어깨에 창을 메고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이 바로 ‘무(武)’의 본질인 셈이다.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을 가장 야성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예다. 반대로 가장 효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지혜를 모아 지성적으로 집약된 것이 무예이기도 하다. 무예에는 그런 지성과 야성이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있다.

인간이 걸었던 그 길은 곧 역사의 길이자, 생존의 길이었다.

인간이 엄혹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고 닦았던 무예는 어찌보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개개인을 넘어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면서 무예는 비로소 공동체의 에너지를 집결시켜 군사력으로 발전하거나 다양한 축제의 현장에서 유희의 수단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우리 고대 역사 속에 등장하는 고구려의 동맹이나 부여의 영고와 같은 제천의식 속에서도 무예는 늘 핵심적인 요소였다.

하늘에 올리는 제사에 앞서 인간과 인간들이 서로의 몸을 맞대고 풀어내는 무예는 가장 진솔하고도 인간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예와 그것을 수련한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당대의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늘 쉼 없이 변화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아닌 오로지 내 몸으로 육화된 그것은 역사이래로 ‘몸’ 안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의 몸을 통해 완성된 무예가 인간됨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가장 인간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무예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고, 인간들이 모인 전투 집합체인 군대를 온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무예를 통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역시 무예를 통한 인문학적 접근법이 될 것이다.

오로지 뛰어난 정신문화에만 집착하여 인간이 만들어 낸 문학이나 사상에만 몰두한다면 그 또한 반쪽짜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정신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몸’ 뿐인 것이다. 무예 속에는 그런 인간의 마음이 땀과 눈물에 버무려져 가장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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