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
감독 부지영
배우 염정아/문정희/김영애/황정민
천우희/도경수/김강우/이승준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대형마트 ‘더 마트’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측은 용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자 대부분 비정규직이던 이들에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한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선희(염정아)를 비롯해 싱글맘 혜미(문정희), 수십 년간 청소를 하던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하지만 “직원을 마음대로 못 자르면 그게 회사야”라는 마트 지점장의 인식은 결국 용역 깡패까지 동원하는 데 이르고, 자본에 편승한 공권력은 파업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거칠게 옥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는 주류영화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한국사회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노동 현실의 문제를 대중영화의 품에 끌어 안고자 기획됐다.
영화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상부의 지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느냐 정작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미안한 마음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들 태영(도경수)에게 정규직이 되면 휴대전화를 바꿔주겠다는 약속 뿐.
아들 태영은 늘 급식비를 걱정하고 수학여행비가 없어 전전긍긍한다. 선희가 파업에 동참하자, 돈이 필요한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아르바이트비를 떼인 후 사장에게 맞아 부어버린 아들의 얼굴을 경찰서에서 보는 엄마 선희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긴다.
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유산한 경험이 있는 싱글맘 혜미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선희를 딱하게 여기지만, 정작 고객의 안하무인격인 불만 표출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청소노동자들의 힘겨운 현실도 영화 속에 잘 묻어난다.
또 계약직 직원들을 해고할 수 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정규직 인사팀 대리 동준(김강우)이 죄책감에 결국 동료들을 위해 ‘노조위원장’을 맡게 되는 장면, 정규직 최 과장(이승준)이 가족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회사 편에 서서 노조원들의 파업 방해와 불법 대체 인력 고용 등에 앞장서는 장면 등은 현실 속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파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회사하고 해결해야 할 일 때문에 왜 고객들이 피해를 봐야 해요”라는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이기적인 시선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첫 장편 연출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8)의 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제3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제19회 부산 국제 영화제, 제34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