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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달 그림자

 

거리의 낙엽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겨울의 문턱에서 바람이 차갑다. 오랜 시간 교직에 몸담으며 수필가로, 시인으로 활동한 밝덩굴 선생이 시조집 달그림자를 출간했다. 이 시조집에는 따뜻한 인간애가 담겨 있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수필, 소설, 희곡 등 장르를 넘어 글쓰기에 몰입한 작가는 평소에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문인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그는 자녀에게 순우리말의 긴 이름인 ‘박차고나온노미샘이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한글학자이기에 한글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글로 이름 짓기 회장을 맡았고, 자녀 5남매를 모두를 한글로 작명했다. 시조가 우리 전통의 문학장르인 만큼 이 책에는 우리 것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사실 이번에 출간한 시조집은 시인이 처음으로 출간하는 시조집이다.

이 책의 표지화는 윤수천 아동문학가가 발문은 유선 시조시인이 맡았다. 밝덩굴 선생은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신 후, 공직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필자와 함께 다니고 계신다. 밝덩굴 시인은 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글사랑을 널리 알렸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부장, 법무연수원 및 한경대학 강사, 교육부 고교 국어 및 문학 교과서 편찬심의 위원, 한글학회 회원, 기전향토연구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수원 지역에서 존경받는 터여서 이번 신작 시집출간은 기쁜 일이다. 출간한 시조집은 제1부 <나 설던 곳>, 제2부 <어머니 냄새>, 제3부 <광교호반을 걸으며>, 제4부 <달그림자>, 제5부 <보람의 길> 등 모두 76편으로 묶었다. ‘이 땅의 어머니 냄새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내 아내는 어머니를 닮았다/꼭 닮았다//아내가 긁어모은/누룽지 손 훔칠 때//어릴 적/어머니 손이/사탕으로 감돈다.’

<어머니 냄새>라는 작품을 읽고 유선 시조시인은 추천의 말을 밝혔다. ‘어머니는 어질고 총명하고 굳은 의지를 지녔다면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자식은 자연히 감화를 받고 올바르게 자란다. 이 책 <달그림자>는 행간마다 많은 의미를 숨겨 둔 함축과 생략, 유추와 상징, 강조와 변화 등의 의미를 살려내었고, 행간 속에는 저자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향 길 담 모퉁이에/매달린 바람개비//딱 앞에 멈춰 서도/벌떼 소리는 그치지 않고//동네의/귀가 되어서는/쉬지 않고 돌았구나’ 또 다른 작품 <바람개비>의 전문이다.

이 작품에는 선회를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 시를 읽고 필자는 세월 지나 밝덩굴 시인의 나이가 될 쯤의 필자 모습을, 삶의 언덕 저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랬더니 비로소 시인의 감정이 내게 전해졌다. 먼 길을 선회하고 출구를 찾다가 고향으로 회귀하듯 시인은 자신만의 집을 안주하고 자리 잡은 느낌을 받았다. 이 시조집에 실인 작품들은 모두 수작이지만 필자는 유독 제2부 <어머니 냄새>의 작품들이 맘에 든다. 밝덩굴 시인은 군 생활을 할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마지막 남은 한 분 혈육인 어머니마저 여의고, 제대 후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던 날에 비가 쏟아졌다. ‘시청-구로동’을 도는 버스를 타고 시인은 그저 울었다.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그리고 버스를 탄 채 시청에서 구로동으로 자꾸만 자꾸만 돌았다. 이제 그 버스에서 내려온 시인은 일상과 이상을 왕복하는 버스에 올랐다. 아름다운 시들을 흩날리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선 시조시인이 ‘삶의 현실적 체험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심상의 미학’이라고 서평을 했듯, 이 책에는 경험과 인생이라는 길을 묻는 이들에게 일종의 회자정리를 해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유독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3장>과 <6장>에서 언급된 연결과 플롯이 강조된다. 시인의 작품 속에는 인생의 순간순간이 자연스레 연계되어 있으며, 그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가슴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인의 노래로 가득한, 밝덩굴 수필가의《달그림자》는 새로운 계절에서 조우하는 길동무처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따스한 시조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