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몰래 ‘착신전환’을 신청해 ‘ARS 전화승인’까지 거쳐 은행계좌에서 수천만원을 감쪽같이 빼가는 영화같은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새벽 A씨 부부의 지역농협과 국민은행 등 계좌 3개에서 예금 2천600만원이 7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다.
돈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오전 4시 30분부터 5시까지, 30분에 불과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부부가 당한 사기 수법은 전화로 속여 돈을 입금하게 하는 ‘보이스피싱’이나 가짜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돈을 빼가는 ‘파밍’도 아니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인터넷 뱅킹용 보안카드 번호를 통째로 유출한 적은 없다는 진술 등에 따라 일단 ‘메모리해킹’ 방식으로 금융사기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모리해킹이란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계좌번호나 보안카드 일부 번호 등을 알아낸 뒤 돈을 빼돌리는 신종 수법으로, A씨 부부가 보안 강화를 위해 신청해둔 ‘ARS 전화승인’ 절차도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사기 조직이 본인 몰래 통신사에 집 전화 착신전환을 요청, ARS 전화 승인을 다른 번호로 돌려받은 것이다.
이들은 ‘집 전화가 고장 나서 착신 전화번호를 변경하려 한다’고 요청, 새벽 시간대임에도 별다른 의심 없이 착신전환이 간단히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발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통신사인 LG U+측의 착신전환 신청내역과 은행계좌 거래내역 등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남양주=이화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