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이면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주년이 된다.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과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과 조언들이 담겨 있다.
정신병리학자이자 작가인 이 책의 저자 노다 마사아키는 격렬한 사회변동이나 전쟁, 재해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 조사에 기반해 동시대의 역사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 노력해 왔다.
그는 책에서 재난으로 사랑하는 친지를 잃은 유족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 제도와 분위기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며 ‘세월호 참사’ 등 슬픈 사건을 겪은 한국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520명이 사망하며 항공사고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일본항공(JAL) 추락 사고, 수학여행 중이던 수십 명의 일본 학생들이 희생당한 상하이 열차사고 등 수많은 대형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상실한 유족들의 슬픔과 극복 과정을 기록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슬픔에 빠진 유족의 심리 상태에 대한 분석과 그 치유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유족들은 왜 그렇게 시신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가, 잘못된 보상의 과정은 어떤 아픔을 안겨 주는가, ‘유족의 시간’과 ‘관계자의 시간’은 어떻게 다르게 흐르는가, 급성 슬픔은 어떤 정신적 증상과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가 등 저자는 쇼크, 부정, 분노, 우울, 용서와 수용, 재출발이라는 슬픔의 시간학을 통해 유족들의 슬픈 마음의 위기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후반부는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의 개선과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집중한다.
죽음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투쟁한 유족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상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명명한 상(喪)의 비즈니스와 언론매체에 대한 비판, 일본 유족회 성장의 역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가해자와 희생자가 뒤바뀐 관 주도 합동 위령제의 문제점 등을 통해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와 문화를 통렬히 비판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대형 참사로 인한 슬픔의 치유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됐다. 이 책은 슬픔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며 대형사고나 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일본에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슬픔은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슬픔이기에 극복 또한 사화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를 겪고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 사회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한국에서 선보인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