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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오! 머피데이

 

억지로 짬을 낸 모처럼의 여행은 날씨부터 훼방을 놓았다. 출발을 하면서부터 지각생을 기다리고 독감으로 목이 잠긴 인솔자의 진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일정이 늦어진 관계로 휴게소를 들리지 못하고 논스톱으로 달린다. 한참을 달려 갯내음으로 출렁이는 포구에 도착해 허름한 음식점으로 들어가니 상차림이 되어 있는 자리로 안내한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여행지에서는 현지의 향토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있어 기대를 했지만 막상 별미라는 간재미젓국이야 입에 설어 그렇다 치더라도 반찬도 성의가 없고 밥은 색깔부터 누르스름하니 수저를 들고 싶은 생각을 밀쳐 버린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슬그머니 빠져나와 식당에 비치된 커피를 뽑으니 그나마 맹물이다. 종업원에게 얘기를 하니 기계를 열고 커피를 뜯어 채우고 버튼을 누르며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깜빡이는 불이 꺼지기를 기다려 뽑은 종이컵에는 또 맹물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시도를 했으나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말간 물만 나오는 바람에 기계 앞에 뜨거운 물만 몇 잔을 늘어놓고 말았다. 그냥 포기하려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필요할 것 같아 다시 음식점에 얘기를 하니 그제야 다시 손을 보고 커피를 뽑아준다. 겨우 한 잔을 들고 멀리 방파제를 바라보며 잠시 걸어볼까 했으나 호출이다. 줄을 지어 유람선 승선을 하고 갑판으로 나갔으나 바람이 심해 선실로 들어가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대기 중에 이런저런 사고에 대응하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순간 구명조끼 있는 위치로 눈이 간다. 물론 구명조끼를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매연은 비위를 상하게 할 정도로 불쾌했다.

한참 바닷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국립 해상공원 옹도였다. 조그만 섬은 봄으로 가득했다. 노약자들도 다니기 좋게 계단은 가파르지 않았고 나무로 되어 있어 무리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기껏 조성한 동백터널에서 동백나무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미처 손이 가지 못해 그렇겠지만 잡목이 우거져 동백나무는 숨어서 겨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등대를 바라보며 올라가자니 음악이 들린다. 귀에 익은 옛 시인의 노래가 똑같은 소절을 반복하고 있다. 제대로 가꾸지 못한 섬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그래도 고운 물빛을 보여준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도 찍고 웃어도 보고 다시 시간을 맞춰 선착장에서 기다리는 유람선을 타고 다도해를 돌아보면서 환성을 지른다. 세월이 깎은 조각품을 감상하며 사진으로 남기느라 미세먼지 속에서 웃고 떠들면서 다시 떠나갔던 항구로 돌아와 그 유명한 꽃지 일몰을 보겠다며 주변에 있는 노점에 들러볼 겨를도 없이 이동해 예약된 식당에서 바가지를 쓴 저녁식사부터 하고 나오자 붉은 햇덩이가 바다로 내려온다. 우리는 그 해를 잡기라도 할 것처럼 바삐 걸었으나 탐스런 해는 순식간에 해무가 삼키고 말았다. 실망한 우리에게 꽃지 일몰은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보고 그것도 물때를 잘 맞추고 날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지루한 길을 달려 아침에 출발한 곳에서 헤어져 집으로 오려는데 이번에는 카풀 한 사람이 차키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얼마를 허둥지둥 하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어이없게도 운전석에 있었다. 늦은 시간에 무거운 몸으로 돌아왔지만 별 탈 없이 다녀왔으니 해피엔딩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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