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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황상순

사무실 10층 옥상에선

가끔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오늘 아침에 본 민들레만 해도 그렇다

어라, 저 째깐한 것이

어떻게 여기 와서 꽃을 피웠누

두껍게 방수 공사를 한 바닥 틈새 사이로

배시시 얼굴을 내민 민들레꽃

발붙일 곳이 그렇게 마땅치 않았는가

그의 눈에는 아마도 여기가

동네 뒷산이나 봉긋한 땅덩이로 보인 모양이다

담배를 피우러 오르내리는 인총들이

나비쯤으로 보였는갑다

그래, 이제 어쩔 것인가

여기서 식솔을 키우고 뼈를 묻을 것인가

마침 볕 좋고 바람도 선들거린다만

곧 여름 오고 겨울이면 시베리아 벌판인데

어쩌랴, 내가

방 얻어 첩을 둘 재력가도 아니고

그냥 자주 들를게.

- 2015 〈시터〉동인지 창간호



 

 

 

따듯한 시선에 가슴 뭉클하면서 웃음이 난다. 가끔 베란다 문틈이나 로데오거리 보도블록 틈에 핀 풀꽃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문을 여닫는 곳이거나 사람들 구둣발자국이 빈번한 곳에 핀 째깐한 것들, 오가는 무리들이 아름다운 나비떼인 줄 아는 꽃, 대책 없이 순진한 꽃을 보며 봄 가고, 여름가고, 살기 힘들 때를 염려한다. 늘어날 식솔들을 걱정하고 무덤자리까지 걱정한다. 시인은 이미 애착이 깊어진 풀꽃에게 힘내라고, 자주 들르겠다고 약속을 한다. /신명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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