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평범한 안부를 묻는 가족의 온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G-mind 정신건강 연극제 올해의 작품인 ‘여보, 비온다’의 남궁련 연출(사진)을 지난 10일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립극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치매를 주제로 한 올해 무대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 덕배를 중심으로 세형제가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궁련 연출이 4년 전 우연히 방송을 통해 접한 신달자의 시 ‘여보, 비가와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남 연출은 “작고 하찮은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한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를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 시를 토대로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중심으로 소통이 단절된 덕배의 가족을 통해 이러한 그리움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무뚝뚝한 아버지, 기대를 한몸에 받는 장남, 똑똑했지만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딸. ‘여보, 비온다’에 등장하는 가족은 평범한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닮았다.
그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일부 담겨있다”며 “아버지의 재산이야기만 할뿐 ‘밥 먹었냐’, ‘별일 없냐’는 평범한 안부도 묻지 않고 사는 가족 간의 단절과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남 연출은 극에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극중 인물과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를 배치했고 진실되게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슷한 나이의 등장인물을 연기해야 그 나이에서만 느껴지는 감정연기를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부분을 가장 신경써 연출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았다. 극은 눈오는 날 우산을 쓴채 ‘여보 비가오네’라며 자식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내는 덕배의 독백을 통해 ‘우리 가족은 안녕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궁연 연출은 “덕배와 가족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채 덕배의 독백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관객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덕배의 가족을 통해 ‘내 가족’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