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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그날의 아픔

 

생명 하나를 전부라고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
목사·작가 등 11인, 세월호가 남긴 물음 다각도 검토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 조명
‘슬픔과 분노를 공동기억으로 승화하기’ 세월절 제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원로 역사학자에서부터 성서학자와 소장 신학자, 교사, 작가, 목회자들까지 11인의 필진이 세월호가 남긴 물음들을 다각도에서 검토한 책.

책에는 ‘하나님은 무얼 하셨느냐’는 신정론의 물음을 비롯해 애도·기억의 의미와 방식, 우리 교육의 현실, 질긴 가족주의, 설교자의 양식, 그리스도인의 삶에 주어진 도전 등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피해갈 수 없다. 서문을 대신하는 이만열 역사학자의 글은 성실한 사가의 손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참사 당일부터 최근까지의 추이와 쟁점들을 기록한다.

‘세월호 참사 단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사고가 ‘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이후의 조치에 대한 의혹과 책임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회권 숭실대 기독학과 교수의 글은 ‘희생자를 위한 격문’이라는 부제 그대로 세월호 참사를 ‘갑오참변’, ‘양민수장학살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이 격문은 희생자를 위한 격문이면서 한국 교회의 책임을 통감하며 바치는 ‘사죄문’이자 ‘공권력의 악행과 무능을 격쟁하는 격문’이기도 하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누가복음 15장의 비유(잃은 양·잃은 드라크마·탕자의 비유)를 통해 잃어버린 ‘하나’를 ‘전부’로 보는 예수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생명 하나를 전부라고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현재의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임을 일깨운다.

참변 앞에서 신학의 언어가 ‘헛말처럼’ 느껴졌던 고백으로 시작하는 김영봉 와싱톤한인교회 목사는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그리스도인의 참된 실존을 ‘세월(世越)의 영성’이란 말에 실어 해명한다.

차정식 성서학자는 주기도문에 담긴 예수의 간구문에 대한 신선하고 도발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을 조명한다.

러시아문학 연구자이자 목사인 천정근은 실로암 망대 붕괴 사건에 대한 예수의 논평이 실린 누가복음 13장의 본문을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세월호 참사 직후에 쏟아졌던 ‘도덕화’된 설교의 우매함을 질타한다.

백소영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외래교수는 ‘슬픔과 분노를 공동 기억으로 승화하기’의 한 방법으로, 공동의례로 ‘세월절’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기독교 공동체들과 시민사회의 몫이다.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를 다시 읽으면서 현실의 질서에 균열을 가져오는 애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상철 한신대학교 외래교수의 글도 주목할 만하다.

정병오는 현직 교사이자 오랜 세월 ‘좋은교사운동’에 몸담아온 운동가로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남다른 소회를 고백한다. 그의 자기반성과 비판에서부터 우리 교육은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최규창 포리토리아 대표는 참사 이후 줄곧 사태 해결의 중심에 선 유가족들에게 주목하고, 이들을 우리나라 최초의 ‘계몽적 희생자들’이라고 이해한다. 유가족에게 쏟아지던 공감과 동정이 순식간에 조롱과 적대로 변한 까닭을 독자는 이 ‘유가족의 사회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맺음말은 그 자신 성문 밖의 십자가에 달렸고 제자들에게 자신을 따라 성문 밖으로 나오라고 부르는 그리스도의 ‘무력하고 급진적인’ 길을 전하는 박총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 수사의 글로 대신한다. 이 책의 수익금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치유를 돕는 일에 쓰인다./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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