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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사람 꽃

 

와글와글 끓어오르는 만개한 웃음. 웃음은 날개를 달고 풀풀 날아올라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지난밤을 기점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분홍 꽃잎에 하늘거리는 뭇 사람들의 감성도 벚꽃 사이 기웃거리는 꿀벌에 섞여 춤을 추는 시간. 밤이 되자 더 화사해지는 향기, 선을 넘은 유혹은 간혹 또 다른 흥분으로 이어져 고성방가로 떠들다 마침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도 한다. 벚꽃에 취한 사람들, 벌들에 취한 벚꽃들의 축제. 일 년 중 딱 한 철, 그 한 철의 며칠을 벚나무는 또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꽃을 피워내야 한다는 벚나무의 소명을 다 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막을 내린 축제의 끝은 늘 그리움이다. 뭇사람들이 거쳐 간 발자국과 더불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 화려했던 꽃들의 기억. 사람들은 결코 돌아보지 않는다.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그저 가로수일 뿐 그에게 꽃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무심코 지나칠 뿐이다. 이제 꽃을 기억하는 그리움은 벚나무 혼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또 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참아내야 할 긴 담금질의 시간이 될 것이다. 마치 언젠가 빛날 생의 그날을 기다리며 매일을 참아내고 있는 뭇 사람들의 인고의 시간처럼 말이다.

사람도 꽃을 피운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피우는 사람의 꽃.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향기로 피우는 사람 꽃은 참 다양하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는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름 없는 풀꽃으로 잔잔하게 자기 자리 지킬 줄 아는 이들도 있다. 꽃이 크다고, 화려하다고, 향기롭다고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유 있는 꽃들의 생김과 향기, 크기를 이해한다면 꽃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간혹, 텔레비전 화면에서 분에 넘치는 큰 꽃 피우다 뭇 벌들만 불러들이고 일순간 툭 떨어지는 꽃의 절망을 볼 때가 있다. 꽃의 소명을 다 하지 못하고 결실도 없이 잠시잠깐의 유혹으로 끝나버리는 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꽃은 꽃의 소명을 다 할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이다.

쉽게 피어나지 않는 꽃에 좌절하면서도 끝끝내 피워내는 숱한 사람들이 있다. 흔히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밀려 소시민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피우는 꽃. 그 꽃이 대단하지 않다고 해서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생 농부로 사셨던 우리 아버지가 피운 꽃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뭇 사람들을 불러들이지도 못했고 그럴듯한 명예도 얻지 못해 그저 땅 지키며 자식 건사하는 정도가 전부였었다. 하지만 아버지 떠나시고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 향기 맴도는 것으로 보아 아버지가 피워내신 그 꽃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는 꽃. 쉽게 사라지지 않는 향기를 가진 우리 주변의 그 소박한 꽃들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한 차례 활짝 피어 뭇사람들 불러들이다 축제 속으로 사라지는 꽃이 아니라 두고두고 그 여운 남아있는 향기로운 사람 꽃, 그런 꽃으로 남고 싶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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