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적 분석에 따르면 침팬지가 계통적으로 사람에 가장 가깝고 DNA의 98% 전후를 공유한다고 한다. 임신기간은 약 8개월로 인간과 비슷하며 한배에 1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도 닮았다. 염색체의 수는 사람보다 1쌍이 많지만 혈액 등의 생화학적 성질도 인간과 근연성을 나타내는 것이 많다. 수명이 40∼45년으로 다를 뿐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이런 침팬지가 아프리카에 200만 마리가 넘게 서식 했다. 하지만 반세기 후에는 15만 마리로 수가 급감했다. 원인은 바로 인간이었다.
영국인 제인구달은 침팬지의 행동 연구 분야에 대한 세계 최고 권위자다. 1960년부터 아프리카 곰비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50년 넘게 연구 활동을 해 오면서 침팬지의 다양한 행동들에 대한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제인은 80세가 넘는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면서 동물보호와 환경 보호를 위해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제인 구달의 초기 연구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발견은 침팬지가 사냥과 육식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침팬지가 연한 나뭇가지를 구멍에 쑤셔 넣는 방법으로 흰개미를 잡아먹는다는 사실등 두가지 였다. 특히 두 번째 발견은 도구의 제작 및 사용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던 시절이어서 큰 충격을 줬다. 이 소식을 접한 학계 일부 학자들은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을 다시 정의하던가, 도구를 다시 정의하던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개진할 정도였다.
제인구달은 이밖에 침팬지 사이에서 ‘동족살해’의 사례가 처음으로 관찰됐다고 보고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발견은 침팬지도 충분히 잔인해질 수 있으며, 인간 못지않게 어두운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과 가장 가깝다고 침팬지에게 '사람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미국에서 연구목적으로 갇혀 생활하는 침팬지에게 '인신보호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놓고 대학과 동물보호단체간 법정공방이 한창이라고 한다. 만약 발부돼면 법리·논리상 침팬지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관심도 크다고 하는데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정준성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