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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용접의 시

 

용접의 시

/최종천



사랑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사랑은 불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야 옳다.

왜, 냐고 묻지 마라

용접 30년 만에 비로소 나는

용접은 불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쇳덩어리가 녹아 있는 상태 그건 물불이 아니라,

불물인 것이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고로,

사랑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물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 시는 배짱 하나로 쓴 시다.

그야말로 불물을 가리지 않고 쓴 시다.

시는 이렇게도 쓰는 거다.

이 멍청한, 아니 청멍한 시인들아!

-시집 『용접의 시』

 

 

 

용접을 할 때 헬멧을 쓴다. 직접 용접봉을 녹이고 있는 불꽃을 보면 시력에 손상이 간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눈에 콩깍지가 씌워졌다고 한다.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돈키호테처럼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간다. 그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기가 쉽지 않다. 못 하게 말리면 더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른다.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을 할 때는 물불인지 불물인지 상관없다. 그러나 시인이 발견한 불물이 물불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다. 불물을 가리지 않는 사랑, 시도 그렇게 배짱으로 쓰라고 시인은 시인들에게 호통을 친다.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 이 시인은 배짱이 두둑하다. 불물 안 가리고 살아내야 하는 멍청한 당신이나 쇳덩어리 같은 나 서로의 가슴에 뱀무늬 아크를 새기자. 불물보다 더 뜨거워지자!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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