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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특이체질

특이체질

/최영철



막차 전철을 보낸 두실역

쇠문을 닫는 역원은 지하도 입구를

슬쩍 올려다 본다

거기 시골차림의 노파가

바닥한편에 늘어놓은 채소와 함께

시들어 있다 꼭

막차 전철이 아니더라도

지하도 입구에서서 송편을 파는

아낙을 보면 나는 갑자기

배가 고프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 특이체질

더운 땡볕 속에서 한참 상했을지 모를

그것들을 방 가득 풀어놓고

걸신 들린 듯 먹고 싶은 허기

별로 즐기지도 않은 오징어 바나나

옥수수 고구마 길에 엎드린

이것들을 몽땅 사버리면

오늘 서로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아니다 돈만큼 사서 몇조각

배를 채우고도 누워 있자면

다시 허기 진다

과학으로 설명 될 수 없는 이 특이체질

오늘밤 미처 사들이지 못한

남은 송편들 때문에

쇠문 닫긴지 이미 오래된 지하도 입구

웬 할머니는 앉아 있을지 모른다

다 팔아야 국밥 한 그릇 될 것 같지 않은

웬 아낙이 시들어 있을지 모른다.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다. 수원에 지동시장이란 곳이 있다. 올망졸망한 골목길에 할머니들이 과일도 팔고 야채도 늘어놓고 있을 때면 마음이 애잔하게 간다. 천성적으로 머리가 좀 모자란 탓인지 나는 노점 물건을 그렇게 잘사는 편이어서 아내에게 여러 번 혼줄이 난다. 속기도 하거니와 정에 치우쳐 처리도 못할 일을 저지른 탓에 가끔 사두었던 야채를 집까지 들고 갔다가 경비원 김씨에게 맡기는 일도 허다했다. 이사를 떠나온지 벌써 일년이 지나갔다. 경비원 김씨도 없고 어설프게 정 주던 얼굴도 볼 수 없다. 가난한 이웃들을 보면 아프다 아주 많이 기다려지는 일들이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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