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
/김왕노
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한 두레박 우물물이었다가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다.
구름이 되었다가 지리멸렬하는 줄 알았다.
한 시절 억새로 나부끼다가 가는 줄 알았다.
네 말이 여름 철새로 멀리 이동하는 줄 알았다.
미루나무 노란 단풍잎이었다가 지는 줄 알았다.
나는 네 말이 그렇게 떠나는 줄 알았다.
물이끼 푸른 징검다리 아래서 개울을 건널
내 콩콩 발소리 기다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버들친 줄 몰랐다.
작은 지느러미 파닥이며 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 《시와 정신》2014년 겨울호
나는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한 마리 버들치. 한 두레박이었던 내 말이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니요. 구름이나 억새 이동하는 철새로 단풍잎으로 지는 줄 알았다니요. 콩콩 징검다리를 건너 뛰어오는 당신의 발소리가 들리는데요. 가만 만져봐요 콩콩 뛰는 내 심장. 그 소리에 버들의 지느러미에 푸른빛이 돌잖아요.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