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김정원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네
슬프고 고단하고 외롭고 낮은,
지금 여기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고향은 없네
슬프고 고단하고 높은,
그 고향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이
물 위를 달리는 것보다 더 큰 기족이고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벅찬 기쁨이네
지금 여기
나 있네
-시집 『땅에 계신 하나님』(바이북스, 2015)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귀향(歸鄕)이라고 한다. 흔히 고향은 찾아가는 고향과 만들어가는 고향으로 나눈다. 시인은 지금 여기를 고향의 출발점이요, 종점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하늘의 본향도 저기 내세(來世)의 허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음을 노래하는 것은 오늘의 삶이 아름다운 참 고향을 만들어 간다고 믿기 때문 일테다. 고향의 푸른 언덕이나 강변에 놀던 아름답고 순수한 기억도 삶의 고단함을 다 씻어주지는 못한다. 지금 여기에서 고향을 이루지 못하면 꿈속에 그리던 고향도 그저 한 낮 그림에 불과하리라. 어쩌면 슬프고 고단하고 높은 오늘의 삶에서 그들과 함께 고향을 이루고 사는 삶이 그 어떤 기적보다 벅찬 기쁨임을 깨닫게 해주는 시편이다. 그리고 묻게 된다. 지금 내 고향은 안녕한가 라고.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