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 얕아 1995년생들 출전
투수중 승리·구원 한명도 없어
타자는 김민혁 외 모두 1할대
울타리 역 수준급 선배들 절실
“심우준, 안중열, 배병옥, 김민혁 같은 선수들은 2군에서 계속 경기에 나가야 하는데 여기 있네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프로야구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지켜보던 케이티 위즈 조범현 감독이 한 말이다.
모두 1995년생인 이들은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이 있는 2군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선수층이 얕은 팀 사정상 1군에 올라와 다른 팀 선배들 틈바구니에 끼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씁쓸한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선발 박세웅과 중간 안상빈도 1995년생 고졸 신인이지만 허약한 케이티 마운드를 떠받치느라 여념이 없다.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로 나섰던 엄상백은 아예 1996년생이다.
물론 1군에서 실전을 치른다는 것은 어쩌면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팀의 성적을 담보해줄 수 있는 기둥과 같은 기존 주전 전력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남경호(두산), 구자욱(삼성), 김하성(넥센), 박지규(LG) 등이 든든한 팀과 선배들의 비호 아래 날개를 펴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지금 케이티는 의지할 구석이 없는 팀인 데다가 막내급 선수들도 성장보다 그날그날의 성과라는 중책을 요구받고 있다.
패배와 실패의 경험만 쌓이고 있다는 점도 위험한 대목이다.
케이티의 고졸 신인 투수 중 승리나 세이브를 거둔 이는 아무도 없고, 타자 중에서는 김민혁이 41타수 11안타를 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1할대 이하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쓴 약만 계속 들이켜다가 단맛의 달콤함을 잊을 지경이다.
케이티에서 프로 데뷔를 이룬 선수들은 시즌 초 대부분 “어차피 우리는 잃을 것이 없고, 1군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에 팀이 약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에는 신인 특유의 패기로 받아들여졌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막 후 한 달여가 지나 3승21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지금, 케이티에 필요한 것은 신인의 1군 경험이나 패기에 앞서 이들이 자라나기까지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수준급 선수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