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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나를 지우기 시작한다

나를 지우기 시작한다

/김진돈



오금동 교회 모퉁이엔

과일 파는 할머니가 겨울 칼바람에 졸고 있다



실눈을 뜨고 있는 과일은

길보다 먼저 허리를 편다



온통 나의 표정만을 주시하고 있어

나는 차마 눈을 뗄 수가 없다



서로 과일은 자기에게 오라고 끌어당긴다

그들은 자기식대로 나를 판단하고 있다



나는 무표정 앞에서 분해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나를 지우고 있지만 굴곡된 나와는



별개의 일이다 그들이 움직인다 빗나간 시선

사실 그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 김진돈 시집 〈그 섬을 만나다〉에서

 

 

 

좌판에서 쑥 냉이 달래 푸성귀를 사올 때가 있다. 추억을 자극하는 푸성귀를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할머니의 거친 손을 본다. 다리가 불편한 김진돈 시인은 칼바람 속에서 실눈을 뜨고 있는 과일들을 본다. 시인의 표정만 주시하고 있는 실눈은 과일주인의 눈빛일 것이다. 동병상련,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 쏠리는 그의 마음이 더 약한 것이다. 우리는 타인이 내게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은 내게 관심이 없다. 가진 것이 많고 많이 배울수록 논리적이고 차갑다. 걸핏하면 백화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의 빛나간 시선 속으로 서민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기식대로 판단하는 그들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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