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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박일환

김포공원묘지 183번

한하운 시인의 묘지 앞에

진달래 한 그루

난만히 피어 붉은데



생전에 먼저 떨어져나가

함께 묻히지 못한

발가락과 손가락들의 안부를 떠올리다

잠시 올려다본 하늘 저편

파랑새 날아간 자국 희미하고

그 아래 이끼 덮인 봉분은 그저 묵묵하다



코앞에 있는 장릉공단 자그마한 공장들

그 안에도 있을 것만 같은

손가락 잘린 이주노동자

떨어져 내린 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아득한 천형天刑의 삶들이

밟힌다, 술 한 잔 올리지 못한 채 돌아 나오는 길

손가락 발가락 모두 무사한

내 육신은 무장 가렵기만 하고



- 박일환시집 〈지는 싸움/애지시선〉

 

보리피리 불며 필- 닐니리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개 없다던 문둥이시인의 아픈 삶이 잠든 천주교 공원묘지이다. 십여 년 전 한하운선생의 묘지를 찾았다고 지인들이 설레이는 목소리로 전해주던 날을 기억한다. 언제나 아픈 사람들 억압받고 손해 보는 사람들 곁에서 시를 찾고 몸으로 시를 쓰는 박일환시인이 한하운시인을 찾은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의 시집 제목만 봐도 그렇다. ‘지는 싸움’이라니 지치지 말고 무릎 꿇지 말자고 나직이 말하지만 그 울림은 크다. 손가락 잘려나간 이주노동자에 까지 그의 시선이 미친다. 한하운의 묘가 있을만한 곳이라는 뜻도 들어있으리라. 아주 쓸쓸한 동네 아픈 동네의 아름다운 시이고, 시인들이다. /조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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