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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직소포에 들다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정토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水宮을



폭포 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소리 같은-바위들이 몰래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화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絶唱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 창비』 1994. 10.

 

 

 

초록이 숨어있는 길, 마른 잎들 가득한 산길을 걷는다. 바스락 거리며 내 곁을 지나가는 발걸음이 경쾌해 돌아다 봤다. 조그만 다람쥐녀석이 주위에 머물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나무위로 달아나는 소리다. 나의 발자국 소리만큼 커다란 소리로 숲을 채운다. 크고 작은 살아있는 동물들과 나무들, 풀들이 지르는 소리, 골을 흘러내리는 물들의 소리가 숲이다. 그들이 내지르는 소리들의 어울림의 숲을 키운다. 그들의 노래는 모두가 절창이다. 절창은 완창이 아니다. 완창을 향해가는 도중에 있는 소리들이 절창이 아닐까. 세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의 우렁찬 소리도, 작은 풀벌레 소리도 하나같이 정상이다. 그들이 소리는 모두 무한천공에 가 닿는다. 피안이 따로 있지 않다.

/이명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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