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
/정채원
군함조의 입에 물려
시속 400㎞로 날아가는
제비갈매기의 울음소리
새끼 악어가 발을 버둥거린다
잡히자마자 뱃전에서
목이 잘린 후에도
내가 대필한 편지가
등 돌린 네 연인을 울렸다지
갈라파고스도
아마존도
나도
더 이상 절경이 아니다
먹힐 게 없다면
- 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
먹힐 게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죽음이 노릴 게 있다는 것이다. 울음소리, 버둥거리는 목숨, 애태우는 연인, 아직 먹힐 게 있다는 표시다. 살아있는 것을 삼키기 위해 온갖 형태로 다가오는 죽음의 모습. 저 제비갈매기에게는 군함조가 죽음의 얼굴이다. 저 새끼 악어에게는 사냥꾼이 죽음의 얼굴이다. 등 돌린 연인을 울린 편지, 울릴 게 남아있는 한 부활의 기회는 있다. 이긴 자들이 살아남는 세상. 어제가 오늘을 낳고 오늘이 내일을 낳으며 흘러간다.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