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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인마일체(人馬一體)의 경지, 마상무예

 

인류 역사이래로 단 한가지 변하지 않는 무예가 있다. 바로 인간과 말이 함께 호흡을 하며 펼치는 마상무예가 그것이다. 전장에 대량살상용 화약무기가 판을 치기 전까지 마상무예는 기병의 필수훈련이었으며, 인간과 말이 함께 만드는 최고의 전투무예였다.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무예가 존재해 왔고, 지금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기본이 되는 전통시대의 맨손무예는 ‘초학입예지문(初學入藝之門)’라 하여 무기술을 배우는 기본 몸만들기 및 기본 격투술을 연마하게 되었다. 맨손무예를 익히면서 신체활동 영역을 넓히고, 무기를 사용할 만큼의 기본 근력과 담력을 갖추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다. 그런데 수 많은 맨손무예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보법(步法), 즉 걸음걸이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무예인 태권도와 중요무형문화재로 유일하게 지정되어 전수되고 있는 택견의 차이가 바로 걸음걸이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태권도의 경우는 기본 품새에서 주춤서기를 중심으로 앞굽이나 뒷굽이 등의 형태로 걸음걸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택견의 경우는 ‘능청 굼실’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품밟기를 통해서 자세가 연결된다. 이는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루는 대련 혹은 맞대거리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두가지 무예 모두 화려한 발기술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그 걸음에서 차이가 나기에 서로 다른 무예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아주 쉽게 이해하려면 춤을 생각해보면 된다. 박자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춤 역시 걸음 즉, 스텝에 의해 그 기본적인 변화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마상무예는 인간이 말위 안장에 올라 앉아 펼치는 무예다.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거나 창이나 칼을 휘두르는 기병의 전통적인 무예였다. 따라서 마상무예에서는 인간대신 말이 걸음을 걷는다. 그런데 말의 걸음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걸음인 평보, 조금 빨리 걷는 속보, 달리는 구보, 신축성을 극대화하여 최고속도로 달리는 습보로 크게 구분된다. 이러한 말의 걸음은 말의 크기나 종류에 관계없이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고대국가인 고구려때 개마갑주까지 완전무장한 기병의 마상무예나 중세 기사(knight)로 대표되는 서양의 풀 플레이트(full plate)를 착용한 기병이 활용한 무예역시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다. 말안장 위에 앉아서 달려가며 전후좌우를 병기를 이용하여 휘두르는 모습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기사(騎射)는 동서양 혹은 과거나 현대 모두 거의 동일한 형태였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독특한 특징의 마상무예를 ‘화석화’된 무예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동양이나 서양이나 늘 최고의 마상무예 실력자는 말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경지인 ‘인마일체(人馬一體)’의 모습이 동일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삼국지에서 적토마라는 명마가 쉼없이 주인이 바뀌며 전장을 누빈 것이다. 명마를 만나야만 장수로써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상무예는 전세계가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세계에서 승마는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마상무예를 통해서 인류가 함께 즐기고 경쟁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나 축구처럼 특별한 룰이 필요치도 않으며, 달리면서 관혁에 몇 개의 화살을 명중했는지나 몇 개의 짚단이나 표적물을 베어 냈는지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것으로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아예 마상무예를 모르는 사람이 처음으로 마상무예 경기를 보더라도 그 움직임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종목인 것이다. 여기에 말과 함께 쏜살같이 달리며 펼치기에 박진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마상무예는 한 개인이나 국가의 전유물도 아니며, 그 시작 또한 민족마다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풀어 본다면 올림픽을 능가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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