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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이런 기념패 보셨나요?

 

화창한 봄날이다. 길가의 가로수며 멀리 보이는 숲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다. 이런 날은 서정주 시인의 시 ‘푸르른 날에’가 생각난다. 더불어 누군가 한동안 소식이 끊긴 사람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문득 평생을 예비역중대장으로 일하시다 퇴임을 앞두고 병환이 나서 병환 중에 퇴임한 그가 생각난다. 퇴임 후 어찌 지내나 궁금해서 지인과 그를 방문하였다.

평소에 직장에 충실하고 의리를 첫째로 여기며 꾸준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틀림없는 정확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소리소문도 없이 그의 문들 두드리자 깜짝 놀라며 반색을 하며 안으로 안내를 한다. 예전에 보던 건강미는 없고 푸석한 얼굴이지만 아직도 그의 강한 의지가 보이는 얼굴을 보자 우리는 안심을 하고 그와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며 담소를 즐겼다.

창가에 놓인 침상에서 정원을 내다보며 새롭게 돋아나고 새롭게 피어나는 나무들과 꽃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예전의 모습이다. 정원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다가 거실 탁자로 눈을 돌리니 커다란 기념패가 눈길을 끈다.

“이건 무슨 패인데 이렇게 크죠?”

“가족들이 가장 역할을 잘했다고 준 패입니다.”

평소에 부모님께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들과 우애가 깊으며 가족과의 사랑도 남다른 그인 걸 알지만 이렇게 특별난 기념패를 선사받았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새로운 발상의 소유자들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문구가 새겨져있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동안 그의 업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고 사회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하던 기록들이 다 들어있다. 참 열심히 사신 분이란 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아래 가족들이 드리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귀하께서는 지난 40여년간 탁월한 리더십과 남다른 열정으로 국가와 지역사회 안녕에 지대한 업적을 남기셨으며, 삼형제의 장남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위하여 헌신하셨습니다. 이에 군문을 떠나시는 귀하의 앞날에 주인의 은혜와 인도하심이 함께하시길 기도하며 가족들이 마음을 모아 이 패를 드립니다. 가족일동.- 처, 자녀, 형제부부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한 평생을 직장과 가정을 위해서 남편으로, 아버지로, 형제들의 장남으로 충실히 가정을 이끌어주고 보살펴주어서 고맙다는 아내와 자녀와 형제들이 마음을 모아 감사하니 직장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섭섭하지만 가족사랑으로 뿌듯했을 것이다.

깔끔하고 교과서적인 그는 문학, 음악, 체육 등 다방면에 박학다식하며 적극적이다. 게다가 코믹한 부분도 있어서 모두들 함께하기를 좋아한다. 그는 사회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데 매달 양로원을 찾아 색소폰을 불어드린다던가, 아니면 오카리나를 불어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최근에는 웃음코칭을 배우고 연구해서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드리기 위해 웃음코칭에 대해서 연구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정원의 보랏빛 매발톱꽃들이 활짝 웃으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싱그럽게 한다. 우린 다시 잘 다듬어진 정원으로 나가 연한 채소를 뜯으며 싱그러운 웃음을 나누었는데 갓 나오는 새순들이 우리들의 시간을 더 싱그럽게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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