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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경모궁- 대역사(大役事)의 시작

 

정조의 첫 건축은 사도세자의 혼(魂)을 모시는 사당인 수은묘(垂恩廟)와 백(魄)을 모시는 무덤 수은묘(垂恩墓)의 개건(改建)이었다.

정조는 즉위하자 바로 사도세자와 관련된 호칭, 건축물, 제례에 대해 대대적인 개선을 한다. 존호를 ‘장헌(莊獻)’이라 하고, 수은묘의 봉호(封號)를 ‘영우원(永祐園)’, 수은묘(垂恩廟)를 ‘경모궁(景慕宮)’이라 했다.

이와 같이 묘(墓)를 원(園)으로, 묘(廟)을 궁(宮)으로 승격시켰다. 묘는 3단계로 왕과 왕비는 능(陵), 세자와 세자비는 원(園), 대군 공주는 묘(墓)라 했는데 폐세자(廢世子)의 지위에서 죽은 사도세자는 원(園)이 아닌 묘(墓)였다.

영조의 유명(遺命)을 지켜야 하는 정조가 영조의 장례가 끝나기 전에 사도세자의 존호를 새로 올린 것은 대단한 결심의 실천이었다. 정조가 10년 이상을 왕세자로 대리청정하면서 꿈꾸던 일을 즉위하면서 단계별로 시작한 것이다.

영조실록을 살펴보면 사도묘는 56.5칸이였지만, 영조가 크다고 지적해 이건(移建)하면서 그보다 작은 45.5칸의 수은묘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정조에 의해 재건된 경모궁은 122.5칸으로 종묘에 버금가는 규모가 된다. 이는 1840년대에 김정호가 그린 수선전도(首善全圖)에서도 경모궁 영역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종묘는 여러 국왕을 모신 곳이기에 크다고 하지만 경모궁은 한 분을 모시기에 종묘의 개별 국왕이 가지는 위계보다 더 높게 보이게 된다. 또 경모궁개건도감의궤전도(景慕宮改建都監儀軌全圖)를 보면 종묘에만 볼 수 있는 정당의 좌우익사, 어재실, 제살청, 목욕청, 악공청, 악기고, 성생단, 찬반, 수문장청등이 있다.

제례에서도 종묘에서만 사용하는 음악과 춤도 사용했다. 이처럼 다른 왕실사묘와 달리 경모궁을 왕을 모시는 종묘에 준하게 한 것은 생부를 추존하고 싶은 정조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모궁을 재건한 뒤 3년 후 정조는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 위쪽의 북쪽 담장을 헐고 ‘매달 알현한다’라는 뜻의 월근문(月覲門)을 설치(1779년)한다. 그리고 길 건너 경모궁에는 ‘날마다 우러러본다’라는 뜻의 일첨문(日瞻門)을 만든다.

국왕이 시설을 방문할 때 정문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나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어 태종16년(1416년)에 종묘 북쪽에 북신문(北神門)을 만들어 쉽게 종묘에 나간다. 정조는 북신문의 예(例)를 참조하여 월근문과 일첨문, 두 문을 만듦으로써 경모궁의 정문으로 멀리 돌아가지 않고, 보다 쉽게 사도세자를 만나게 됐다.

또한 사도세자의 후손이었던 순종, 헌종, 철종도 그의 추존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세도정치로 왕권이 약화돼 이를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세도정치 후에 강력한 왕권을 행사한 고종(高宗)은 1899년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 묘호를 장종((莊宗)하고 능호를 융릉으로 했다. 드디어 왕이 된 폐세자, 사도세자는 137년 만에 종묘의 영녕전에 입성(천위)하게 된다. 이로써 정조의 꿈을 고종이 이루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모궁의 기능이 없어져 광무4년(1900년) 그 자리에 영희전(조선시대 태조·세조·원종·숙종·영조·순조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모셨던 전각)을 옮겨 세웠다. 그 후 일제강점기에 경성제대 의학부를 세우기 위해 영희전을 헐어냈으며 나머지 건물들은 한국전쟁시기에 소실되면서, 현재는 경모전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함춘문과 석단만 남아 있다.

정조의 첫 번째 건축인 경모궁은 없어졌지만, 우리는 창경궁의 월근문에서 사도세자를 향한 그의 효심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

※다음 편은 월근문의 숨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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