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놓고 ㄱ자를 누가 모르리/창앳등 ㄴ은 절로 아리라/자 들고 세로 재면 ㅣ자가 되고/홍두깨 가로 놓으면 ㅡ자가 되네’ 1930년대 초 어린이들이 불렀던 문맹타파가(文盲打破歌)의 가사 중 일부다. 조선어학회가 문맹자를 계몽하기 위해 한글강습회에서 보급한,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문맹퇴치 캠페인송’인 셈이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2천만이었다. 그러나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자가 80%에 달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폐습이 빚은 결과였다. 여기에 일제의 악랄한 문맹정책이 더해져 날이 갈수록 국민적 문해 능력이 피폐해지자 이런 식으로 글의 깨우침을 강조하고 동시에 기본적인 글자를 쉽게 익히도록 한 것이다.
문맹퇴치운동은 1900년대부터 전개되어 왔으며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애국계몽운동과 궤를 같이하며 눈물겹게 이어졌다. 각고의 노력은 해방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정부주도 하에 범국민적 운동으로까지 추진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세계 최저수준인 1%대다. 중국은 문맹률이 50%를 넘는다. 한자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조건이 열악한 아프리카와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남미지역은 35%대,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도 문맹률이 20%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만인을 위한 교육 모니터링 리포트’에서 교육 모델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면서 문맹국가였던 우리나라. 지금은 문해교육은 물론 성인기초교육과 평생교육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제(18일)부터 인천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100여개 국가의 교육 관계 장·차관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한 ‘세계교육포럼’이 열리고 있다. 22일까지 진행될 이번 포럼에선 문맹퇴치를 포함 범세계적 기초교육 보급운동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 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15년을 이끌어 갈 세계 교육의 발전 목표를 설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길 ‘인천선언’이 자랑스럽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