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83% ‘학생들에게 선생님 존경 못 받는다’ 응답
학생들은 ‘학교에 존경하는 선생님 계신다’ 79% 답해
새 정책 나올 때마다 책임 전가…교육자 불신 심화시켜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그러나 이 날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교사들에게
불편한 날로 인식되기도 한다. 언론은 ‘직업인으로서 인기 있는 교사는 있어도 존경할스승은 없다’며 슬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3%가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존경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는 의견을 유보했다고 한다.
반면에 입시업체 진학사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고교생 5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교에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79% 학생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선생님을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74%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응답자의 81%는 스승의 날이 ‘의미가 있다’고 답했으며 38%는 ‘스승의 날에는 존경하는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어진다’고 답했다고 한다.
위의 두 조사 중 갤럽 조사에 의하면 성인들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경쟁과 입시 위주 교육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사교육 비중이 커질수록 공교육은 더 후퇴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입시업
체 진학사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 아이들은 교육현장에서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어른들의 추측은 아이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른들의 생각은 언론을 통해 회자되는 일부 교사들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생각이 교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을 유추해볼 때 학생시절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졌던 아이들이 학교 밖을 나가 어른이 된 후 점점 불신의 눈으로 선생님들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염려의 시선인 사제 간의 불신이 교육 현장에 팽배하기 전에 다음을 생각해 본다.
우선 교육을 관료주의의 권력으로 밀어붙이고, 학교 평가와 같은 모호한 기준의 평가로 서열을 매기며, 교원평가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를 학생이 평가하게 하고, 학부모는 일면식도 없는 교사를 평가하는 무지몽매한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
언론에서는 이미 ‘교사 때리기’가 대중 스포츠화 되었다. 교육 당국이 문제 해결책으로 내세운 평가방식이 교사의 자존감에 상처만 주고 있으며, 새로운 정책마다 교육 불신을 심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정책의 실패와 문제 해결에 대한 교육적 고민보다는 책임 전가에 매진하고 있다.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적임자로 교사를 몰아가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사이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직은 어느 샌가 ‘철밥통’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으로 고착되어 버렸다. 더 이상 교사들을 흔들지 말고 그들에게 교육권을 회복시켜주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학부모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분명 지탄의 대상인 교사도 있다. 하지만 자녀들을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해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부정적 표현을 삼가야 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녀들로부터 듣고, 진위 여부를 떠나 즉시 선생님을 비난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항의하는 등 잘못된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옛날부터 교사가 학부모보다 훌륭해서 권위를 인정하거나 존경했던 것은 아니다. 자녀를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에 내 자녀를 위해 신뢰를 보내고 지지했던 것이다.
셋째로 교사 스스로의 자기성찰과 소명의식의 회복이 절실하다. 제인 톰킨스는 '고
통 받는 사람들의 교육학'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강박증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자신은 학생들이 알아야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세 가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첫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똑똑한 교사인지 보여주는 것.
둘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지식이 많은지 보여주는 것.
셋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수업준비를 충실히 하는지 보여주는 것.
내 자신도 톰킨스처럼 교실에서 세 가지 연기를 해왔던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
에 대한 참사랑이 아니라 나의 유능함과 훌륭함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이지만 오늘 이렇게 고백하고 내일은 분연히 일어나야겠다.
교육에 대한 비판은 끊일 날이 없다. 그만큼 교육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위한 일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에 일선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야말로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소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학부모는 선생님을 믿어주고, 교육당국은 선생님들이 잘 지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줄 때 아이들이 스승의 그림자를 밟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김현일 영신여고 진로진학상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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