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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류인서



그러고 보니 그이의 빈손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익은 출근 가방과 함께 여자의 손에는 늘

고만고만한 비닐봉투가 살붙이처럼 달려 있었지요

오종종 늘어진 그것들이야말로

여자의 얇은 몸을 뜨지 못하게 잡아당겨주는 견인추나 아닐지요

이 저녁에도 그것들에 팔을 다 내준 그이를

골바람 스산한 아파트 뒷동, 하늘두레박 같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납니다

그이에게도 장롱 깊이 묵혀둔 날개옷 한 벌 있을 테지요

- 류인서 시집 〈신호대기〉 중에서

 



 

새벽이 아침을 열자말자 그이들은 분주해진다. 출근준비보다 가족의 식사를 먼저 챙기고 익은 출근 가방과 함께 길을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유병을 빨고 가는 아이의 해찰로 출근길에서 전전긍긍하는 여자. 하늘두레박 같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여자가 나를 보며 난처하다는 듯 웃었다. 한 손에는 출근 가방과 작은 배낭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와 보폭을 맞추며 걸어가고 있었다. 날개옷 한 벌 없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 몇 번이고 꺼냈다가 다시 장롱 깊숙이 넣었을 날개옷. 두 팔로 안을 자식이 없더라도 몸을 뜨지 못하게 잡아당겨주는 견인추 같은 생활. 저녁이면 초주검이 되듯 늘어진 몸으로 마트에 들려 찬거리를 사고 늘어진 비닐봉투의 무게에 팔을 다시 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결혼을 앞둔 남자들이 능력 있는 여자를 원한다. 자본주의는 현모양처보다 현금을 원하는 것 같다. 독거든 맞벌이든 여자가 감당해야하는 생활의 몫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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