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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9급 공무원에 열광하는 나라

 

너나할것없이 참 힘든 세상이다. 부모세대야 그렇다치고 20~30대 청년들에겐 더욱 고통스런 요즘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정말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른 바 명문대학들의 취업률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휴학까지 하며 취업준비를 위해 안간 힘을 쓴다. 그래도 대학을 졸업한 지 1~2년이 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해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받지도, 일을 하지도 않는다. ‘3포세대(三抛世代·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것)’를 넘어 ‘5포세대(인간관계, 내집마련)’로까지 불린다. 이쯤되면 좌절과 포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 근무할 때 한 중견기업에 취업을 알선해준 공과대학 졸업생이다.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 중이라며 힘들어 했다. 취업한 지 이제 6개월인데 가끔 전화를 한다. 그때마다 나는 용기만을 줄 뿐이다.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데 그만둘 생각하지 마라. 경력을 쌓아야 한다. 죽을 정도 아니면 버텨라.’ 그래도 위로는 되는지 생각나면 연락한다. 힘들여 보내준 직장에서 2~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적성에 안 맞았는지는 몰라도 입장이 곤란할 때가 많았다. 누구나 그렇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꼭 가고싶어 하는 일자리가 늘 있는 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니트족’이 160만 명이 이른다고 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별다른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정년 60세 연장으로 청년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고용과의 상관관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상생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임금에 대한 추가 부담이 생겨 신규 채용을 줄인다. 그래서 임금피크제와 경직적 임금체계 개편의 병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정 협의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좌초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우리의 미래인 이 소중한 청년들에게 계속 이렇게 해도 되겠는지…”라며 한탄했다. 민생법안 중 청년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이라도 먼저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보다 못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대세다.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무려 20만4천698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공무원 공채제도가 실시된 이래 지원자가 20만명이 넘기는 처음이다. 예년처럼 지원자들도 대부분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였다고 한다. 올해 역시 지원자가 19만 명을 훨씬 넘었다. 청년층의 취업난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증거로 봐야 한다. 대학졸업자가 매년 48만 명으로 가정할 때 절반 정도 가까이가 9급 공무원을 하겠다고 몰려드는 셈이다. 민간기업에서 세계와 경쟁하고, 혼을 담은 창업 정신을 발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직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시’에 20만 명 몰리는 게 건강한 나라인지 반문해보면 착잡하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호하는 풍조를 무조건 탓하긴 어렵다.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직에 대한 과도한 선호는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지 모르지만 국가인적자원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적자원 배분의 왜곡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우수한 인재가 적절한 시기에 민간기업에 진출해 경제활동을 할 때 그 국가와 지역의 활력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주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을 꿈꾸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직업 의식 없이 그저 안정성만 찾는 것은 우려된다.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더큰 포부와 큰 꿈을 품는 청년들의 자세가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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