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의 생리낙과(生理落果)와
보이지 않는 힘의 상관성에 대한 소묘(素描)
/변종태
문득 누군가 내 머리를 두드렸다.
난 무의식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눌렀다.
다시 서너 차례 내 머리를 두드렸다.
다시 서너 차례 키보드를 눌렀다.
누군가의 손이 머리에 얹히는 순간,
얼른 머리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엄청난, 거대한, 막강한 아무 것도 없었다, 누군가
내 머리를 두드리는 저 불길한 힘,
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저 불길한
모니터에는 노란 염소가 가을 벌판에서
노을의 한 모서리를 베어 물고 있었다.
- 웹진 〈시인광장〉2014년 1월호
무의식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를 끌고 가는 엄청난, 거대한, 막강한 힘은 무엇일까. 내 머리를 두드리고, 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저 힘. 막강한 억압을 거대한 꿈이 뚫고 나온다. 전생에 어떤 종족의 성원이었을까. 꿈속에 펼쳐지는 알 수 없는 풍경들. 그들이 내게 원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 되는 것일까.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