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은 욕망에게
/이은봉
문을 열어제치며
우람한 몸짓으로 도봉산이 걸어
들어온다.
걸어와 내
자궁 가득 채운다
도봉산이여, 그리하여 나도,
창문을 열어제치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걸어 들어가 네 자궁을 가득 채운다.
마침내 너와 나,
뜨거운 모성으로 빛날 때까지,
하나로,
둘이면서 하나로 영글 때까지
어지러워라 사랑이여
사랑이고 싶은 욕망이여
영화 만추로 유명한 이만희 감독의 회고전이 기억된다. 영화 물레방아에서는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을 파헤쳐 주는 슬픈 영화다. 산비탈 모여든 집이 아니더라도 저 산기슭에 보이지 않는 희미한 등불이라도 우리는 절망과 희망을 안고 산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욕망을 갖고, 분리되어있고, 각기 소외되어 산다. 구름, 산, 벌판 각기 흩어진 일들은 다시 하나로 만나지만 사람은 별개의 존재로 빛나면서 남는다. 모순이지만 모순처럼 빛을 바랜 것도 욕망의 등불 같은 것이다. 정제된 욕망, 잘 빗질된 욕망, 늘 사랑이고 싶은 욕망, 사람들끼리 그렇게 모여산다. 시인처럼 상념의 욕망이 어디서 불어온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